첫 행사 한화 소나무 분재부터 KIA '홈런 의자'까지
롯데 순금 잠자리채·SK의 여행 상품 등 돋보여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KBO리그 사상 최초로 펼쳐진 '국민타자' 이승엽(41·삼성 라이온즈)의 은퇴 투어가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첫 은퇴 투어'라는 부담에 "모든 행사를 최소화해달라"고 부탁했던 이승엽은 은퇴 투어를 치러나갈수록 "각 구단이 얼마나 정성스럽게 행사를 준비했는지 알 것 같다. 이젠 부담감보다는 감사하고 죄송한 마음이 크다"라고 했다.
행사를 준비하는 타 구단도 꽤 큰 부담을 느꼈다.
'홈팀 관중이 이해할 수준'으로 타팀 선수를 위한 행사를 마련해야 하는 숙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승엽은 응원 팀을 떠나 한국 야구팬이 인정하는 '최고 스타'였다. 이승엽이 은퇴 투어 당일 타석에 들어서면 타 구단 팬들도 거리낌 없이 이승엽 응원가를 불렀다.
각 구단이 떠안은 또 다른 부담은 '은퇴 선물'이었다. 이승엽의 은퇴 선물을 놓고 각 구단은 '아이디어 경쟁'을 펼쳤다.
은퇴 투어의 출발을 알린 한 한화 이글스는 '첫 주자'의 부담 속에 한화 선수들의 메시지를 담은 베이스와 현판, 보문산 소나무 분재를 선물했다. 역대 최다승 투수 송진우를 초청해 소나무 분재를 선물하게 하는 '깜짝 이벤트'도 열었다.
약 100만원을 들인 한화의 선물은 타 구단으로부터도 "정말 잘 준비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승엽과 접점이 많지 않은 막내 구단 kt wiz는 현판과 액자, 인두화를 준비했다. 마침 수원구장 은퇴 투어가 이승엽의 선수 등록일 상 생일인 8월 18일에 열려 작은 생일잔치도 열었다. kt는 80만원 정도를 썼고, 그 이상의 효과를 누렸다.
넥센 히어로즈는 이승엽의 등번호 36이 박힌 유니폼을 액자에 담아 선물했다. 고척돔 잔디를 배경으로 삼았다. 넥센 선수들이 경기 전 36번이 달린 유니폼을 착용하기도 했다.
넥센은 야구장의 일부를 선물하는 첫 사례를 만들었다.
SK 와이번스의 아이디어도 돋보였다. SK는 준비한 여행 가방 두 개에 각각 숫자 3과 6을 적었다. 이승엽의 등번호는 36이다. SK 후배들은 "두 가방을 가족과 함께 들고 다녀야 즐거운 여행이 완성된다"는 의미를 전했다.
가방 안에는 해먹, 폴라로이드 사진기 등 여행용품을 가득 담았다.
기념 동판과 디지털 액자까지, SK는 약 200만원을 들였다.
두산 베어스는 이천 도자기를 선물했다. 약 100만원 상당이다.
가장 화제를 모은 선물은 롯데 자이언츠가 준비한 순금 잠자리채다.
롯데는 순금 10돈을 들여 만든 순금 잠자리채를 이승엽에게 안겼다. 2003년, 이승엽이 당시 아시아 한 시즌 최다인 56홈런을 칠 때 한국 야구장 외야를 휩쓸었던 '잠자리채 열풍'을 떠올린 선물이었다.
56번째 홈런을 허용한 롯데는 '아픈 기억'까지 스스럼없이 꺼내며 이승엽의 마지막 사직구장 방문을 기념했다.
KIA 타이거즈는 이승엽이 프로 첫 홈런을 친 광주 무등구장의 의자를 떼어 내 선물했다.
가격 차도 많고, 아이디어도 달랐다. 하지만 이승엽은 "모두 평생 기념할만한 선물"이라고 고마워했다.
이제 두 차례의 은퇴 투어만 남았다.
15일 NC 다이노스, 10월 1일 LG 트윈스가 이승엽을 위해 행사를 마련한다.
NC에는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을 함께 일군 김경문 감독, 올 시즌 뒤 같이 은퇴하는 이호준, 절친한 후배 박석민 등 이승엽과 인연이 깊은 야구인이 많다.
LG는 이승엽에게 2002년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극적인 동점 홈런을 맞는 등, 이승엽과 얽힌 사연이 많다.
이런 소재를 은퇴 행사에 어떻게 활용할지 주목된다.
10월 3일에는 이승엽의 진짜 은퇴식이 열린다. 삼성은 화려한 은퇴식을 위해 경기 시작 시간마저 오후 2시에서 5시로 바꿨다.
한국 야구를 빛낸 이승엽과의 작별 행사가 선수와 팬에 오래 기억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다.
jiks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