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넘게 부산을 못잊는 6·25 참전 스웨덴병원 의료진

입력 2017-09-12 15:00  

60년 넘게 부산을 못잊는 6·25 참전 스웨덴병원 의료진

부산시·부산관광공사 초청으로 참전용사 4명과 가족 등 12명 방문

(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전쟁 중에도 너무나 친절했던 부산 사람들을 잊을 수가 없어요."

60여년 전 생전 처음 방문했던 한국의 바닷가 도시 부산을 잊지 못하는 스웨덴 사람들이 있다.

6·25 전쟁이 한창이던 1950년 9월 부산 서면에 문을 열었던 스웨덴병원 의료진들이다.

스웨덴병원 의료진은 1957년 3월까지 6년 6개월간 총 대신에 청진기와 약품 등을 들고 적군과 아군은 물론이고 일반 시민까지 치료했다.




부산시와 부산관광공사의 초청으로 당시 의료진 4명과 가족 등 12명이 12일 부산시 부산진구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옆에 있는 스웨덴 참전기념비를 방문했다.

67년 전 스웨덴병원 자리에 위치한 참전기념비는 스웨덴 야전병원협회와 스웨덴 한국협회가 주관하고 스웨덴 정부가 비문을 제작해 1971년 10월 1일에 건립했다.

스웨덴 참전용사가 부산에 오면 꼭 찾는 곳이다.

중년 아들·딸과 동행한 90대 전후의 참전용사들은 화창한 가을 하늘보다 맑은 웃음을 지으며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당시 운전사와 위생병으로 활동했던 욘 에릭슨(93) 씨는 참전기념비에 손을 대며 "행복하고 기쁘다"며 연신 웃음을 지었다.

간호사로 근무했던 잉야 마리아 마닝야르(93·여) 씨는 "전쟁 속에도 너무나 친절했던 부산 사람들을 잊을 수 없다"며 "1984년 이어 두번째 방문인데 부산이 이렇게 발전한 것이 놀랍다"고 말했다.




참전용사들과 동행한 부산교대 공기화(70) 명예교수는 "한국 전쟁 때 세살 꼬마였던 제가 이제 만 70세가 됐다"며 "한국이 이렇게 발전할 수 있게 도움을 주신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드린다"고 인사했다.

참전용사와 가족은 밝은 웃음과 박수로 화답했다.

참전용사인 잉바르 스벤손 씨의 딸인 카타리나 에릭손(57·여) 한국참전 스웨덴재향군인회 회장은 "전쟁을 통해 한국과 스웨덴이 맺은 인연이 6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5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도 하늘에서 기뻐하고 계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1일 입국한 참전용사 일행은 오는 13일 오후 2시 부산 서구 부민동 동아대 석당미술관에서 열리는 '서전병원 사진전' 개막식에 참석해 60여년 전 자신들이 돌본 부산시민 5명과 극적인 상봉을 한다.

사진전에서는 100여점의 컬러사진을 선보이는데 스웨덴병원 의료진이 틈틈이 부산에서 촬영한 것과 스웨덴의 다큐멘터리 전문 영화제작사인 '아카 필름'이 스웨덴과 한국을 오가며 수집한 것이다.

아카필름은 내년 스웨덴 방영을 목표로 스웨덴병원 의료진의 활동을 담은 다큐멘터리 '우리는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를 제작 중이다.

이 다큐 제작자인 스웨덴 국군영화재단 라르스 프리스크(67) 이사장은 "막바지 촬영과 편집에 공을 들이고 있다"며 "인도주의를 실천한 의료진의 활동과 양국의 인연을 생생하게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참전용사 일행은 유엔기념공원, 유엔평화공원, 부산의료원 등을 둘러보고 오는 15일 출국할 예정이다.

pitbul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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