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플라스틱 용기나 영수증 등 생활용품에 두루 쓰이는 환경호르몬 비스페놀A(BPA)를 음료나 식품 등으로 먹을 때보다 손으로 만져 피부로 흡수됐을 때 체내에 훨씬 더 오래 잔류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대학 지아잉류, 스웨덴 스톡홀름대학 요나탄 마르틴 교수팀은 이 같은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BPA는 합성수지 원료, 콤팩트디스크(CD), 식품저장 캔이나 용기 등의 내부 코팅 재료, 페트병, 세제를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 쓰이는 화학물질이다. 영수증이나 은행 대기표 등 감열용지에도 사용된다.
체내에서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젠처럼 작용해 내분비 시스템을 교란하는 물질임이 드러났으며 발암성 여부를 둘러싼 논쟁도 이어지고 있다.
아기 젖병 등에는 사용이 금지됐으며 다른 제품들에도 허용기준치가 낮춰지는 등 규제가 강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곳곳에 널려 있다.
연구팀은 실험 자원 참가자들에게 BPA가 묻은 물질을 손으로 5분 동안 만지게 하고 2시간 뒤 손을 씻도록 하면서 소변과 혈액 속 BPA성분 잔류량을 주기적으로 측정했다. 또 1주일 뒤엔 일정량의 BPA 성분이 든 과자를 먹게 한 뒤 측정했다.
그 결과 음식으로 섭취한 경우엔 평균 5시간째에 소변 속 BPA 성분 농도가 가장 높아지다가 대체로 24시간 뒤엔 거의 사라졌다. 가장 오래 남은 경우도 48시간 정도였다.
반면 피부로 흡수한 경우엔 만 48시간까지 계속 소변 속 농도가 높아졌다. 자원자 중 약 절반의 경우엔 5일, 나머지 약 절반은 1주일(168시간) 뒤에도 소변에서 검출됐다. 가장 오래 잔류한 경우 212시간(약 8.8일)이었다.
혈액 속 최장 잔류시간도 피부 흡수 때가 51시간으로 식품으로 섭취 때(7.5시간)보다 6,8배 길었다.
연구팀은 이번에 정확한 이유를 밝혀내지는 못했지만 BPA를 식음료로 섭취했을 때보다 피부로 흡수했을 때 노출 기간이 훨씬 더 길고 몸 밖으로 배출되는데 더 오래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식음료 용기 등 뿐만 아니라 일반 소비자와 계산원 등 직업적으로 감열지 등에 자주 접촉하는 사람들의 BPA 노출 관련 추가 연구와 규제 강화 등의 검토가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유럽연합(EU)의 경우 2019년부터는 영수증 용지 BPA 사용을 금지키로 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화학회(ACS)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환경과학과 기술' 최근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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