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장·원내대표 등 새 지사 권한대행에 잇단 견제성 주문, '도의회 패싱' 우려 표명
(창원=연합뉴스) 황봉규 기자 = 자유한국당이 절대다수인 경남도의회가 새 정부가 임명한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에게 연일 '까칠한'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소통과 협치를 강조하는 한경호 권한대행을 견제함으로써 한국당이 주축인 도의회가 도정 장악력을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도의회 경제환경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인 정판용(창원12) 의원은 12일 열린 제347회 도의회 임시회 5분 자유발언에서 "류순현 전 권한대행께 고생하셨다는 말씀을 드림과 더불어 신임 한경호 권한대행의 금의환향을 축하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갑론을박이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원만히 권한대행 업무를 수행하던 류 대행을 굳이 보내고 한 대행으로 교체해야만 했는지, 그로 인한 실익은 무엇인지에 대한 갑론을박이다"며 "행정부지사는 정무적 업무보다는 행정적 업무를 수행하는 자리임에도 정권교체를 이유로 지방 고위공무원까지 바꿔야만 했는가 하는 우려도 컸다"고 언급했다.
정 의원은 "(한 권한대행이) 취임과 동시에 도민과 만남 기회를 갖고 있다는 언론보도를 많이 접했는데, 도민과 소통한다는 것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수 없으나 소통 대상이 그동안 도정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던 인물 위주라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권한대행 행보가 (도의회를 배제하는) '도의회 패싱'이 되지 않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그는 "권한대행은 도민이 뽑은 선출직 공무원이 아니므로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최소한의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행위에 한정돼야 한다"며 "임기가 보장된 출자·출연기관장들을 권한대행 입맛에 맞는 인사들로 교체할 경우 10개월 뒤 누가 도지사가 되느냐에 따라 같은 파동을 겪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지금의 경남도정은 정권 입맛 맞추기와 인기 영합에 힘쓸 겨를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은 "표류하는 항공정비(MRO) 사업 유치를 위해 힘을 합쳐 공동대응해야 하고, 사드배치 문제로 중국 무역제재와 경남기업 제품에 대한 수입규제 움직임이 가시화됨에 따라 대응 전략 수립도 시급하다"며 "한경호 경남도정은 진정한 소통과 협치로 마무리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도의회 의장단은 전날 한 권한대행과 첫 공식 상견례인 정책간담회에서도 견제구를 날렸다.
박동식 의장은 "(권한대행이 의견 수렴을 하는) 광폭 행보에 비해 도의회에는 취임 인사 외에 어떠한 공식적인 소통 자리도 없었기에 도의회와 소통은 말뿐인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며 "의회는 지역 민심을 대표하는 55명의 도의원으로 구성된 민주적 협의체이고 도정 수행의 큰 수레바퀴의 한 축이라는 것을 명심해달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어 "소통과 협치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급하게 하면 의견을 수렴하지 못한 그 반대집단의 아우성으로 반쪽 소통에 지나지 않는다"며 "도민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고 현장에서 답을 찾는 '문견이정'의 자세로 권한대행이 업무를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공개로 진행된 정책간담회에서는 의장단이 돌아가며 '도정을 편파적으로 운영하지 말라', '지방선거까지 도정을 관리만 해야 한다'는 등의 견제성 발언이 잇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권한대행은 도의회 임시회에서 첫 인사말을 하면서 최대한 몸을 낮췄다.
그는 "경남도를 위해 일할 기회를 준 의원들에게 깊이 감사한다"고 말문을 연 뒤 "여러가지로 많이 부족하지만 32년간의 다양한 공직 경험을 도정을 위해 쏟도록 하겠다. 변함없는 격려와 질책을 보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대의회관계에 있어 의회를 우선하는 소통과 철학을 바탕으로 의회와 협력하고 도정 현안은 의원들과 상의하겠다"며 "의회 개원 전에 주요 현안과 상정안건을 설명하는 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계속될 권한대행 체제의 경남도정이 경남지역 거대 야당인 한국당이 장악한 도의회와 소통과 협치를 어떻게 이뤄낼지 주목된다.
bo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