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할 말이 너무 많았고 욕심이 넘쳤다. 그래서 드라마는 내내 산만했고 소란스러웠다.
SBS TV 월화극 '조작'이 12일 시청률 11.0%-12.4%(이하 닐슨코리아)로 막을 내렸다. 11.6%로 출발해 32회 내내 10~12%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동시간 1위를 유지했으니 성적은 나쁘지 않았다.
12일 같은 시간 경쟁한 MBC TV '왕은 사랑한다'는 6.6%-7.2%, KBS 2TV '란제리 소녀시대'는 4.8%를 각각 기록했다.
거대 언론의 비리를 까발리겠다는 의기는 호기로웠고, 각종 사회적 이슈와 사건을 차용해 개연성을 높이려는 노력도 보였다. 하지만 모든 것을 한번에 다루고자 했던 이야기는 과유불급이었다.
'건국 이래 최대 사기'라는 조희팔 사건, 세월호 유병언 변사체 발견, 각종 복지재단의 비리, 성완종 리스트, 도핑테스트 파문, 스폰서 검사를 한꺼번에 손에 쥐고서 달려나간 이야기는 어수선하기 짝이 없었다.
그 과정에서 기자의 비리, 언론의 비리를 고발하고자 했던 기획의도마저 퇴색됐고, 기자 대신 맨몸으로 좌충우돌 범인을 쫓는 열혈 '추적자'만이 남았다.
언론에 제보했으나 정권, 국익, 기업의 논리에 휘둘려 소리 없이 묻혀버린 진실들에 대한 고발은 뼈아팠다. 인터넷 매체를 타고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 심지어 거짓이 순식간에 확대 재생산되는 현재의 포털 언론 구조도 잘 포착했다.
하지만 드라마는 넘치는 욕심 속에서 허우적대느라 정작 중요한 언론과 기자의 현실은 왜곡하는 우를 범했다. 액션도 해야 하고, 스릴러도 해야 하고, 조폭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도 찍어야 하는 과정에서 거대 언론의 비리는 고작 비뚤어진 언론사 간부 한명의 농간으로 귀결됐고, 열혈 기자로 설정된 주인공은 사설탐정 같은 모습이 됐다.
그나마 남궁민, 문성근 등 배우들이 기본 이상을 해줘서 시청률이 이탈하지 않았다.
특히 남궁민은 지난해 '미녀 공심이'를 시작으로 '김과장'을 거쳐 '조작'까지 3연타석 안타를 치며 뒤늦게 꽃을 활짝 피웠다. '김과장' 직후 곧바로 합류한 '조작'도 시청률 10% 상회하면서 배우로서의 위상이 한층 굳건해졌다. 그는 '조작' 속에서 그야말로 불철주야, 동분서주하며 스토리의 80%를 바쁘게 책임졌다.
8년만에 TV로 돌아온 문성근도 50대 이상 시청자들에게는 반가움을, 젊은층에게는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다.
후속으로는 서현진, 양세종 주연의 '사랑의 온도'가 18일부터 방송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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