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시장은 포화상태…글로벌 제작 스튜디오로 도약"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CJ E&M이 오는 2020년까지 해외로컬 영화 제작 편수를 연간 20편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또 10개 이상 언어로 영화를 만드는 등 '글로벌 제작 스튜디오'로 발돋움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정태성 CJ E&M 영화사업부문장은 13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CJ E&M 글로벌 영화사업 설명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CJ E&M은 지난해 해외에서 9편의 로컬영화를 제작했다. 국내에서는 매년 10~15편의 한국영화를 투자ㆍ배급하고 있다.
해외 로컬영화 제작 편수를 연간 20편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것은 해외 매출 비중을 국내보다 더 높이겠다는 의도다.
이는 국내 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국내 영화시장 매출 규모는 수년째 2조 원대로 정체상태인 데다, 1인당 연간 영화 관람 횟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인 4.2회에 달한다. 영화의 핵심 관객층인 20∼30대 인구도 감소하고 있다. 한마디로 관객 수를 획기적으로 늘리기 어려운 구조다.
특히 CJ E&M은 최근 내수시장에서 고전해왔다. CJ E&M 영화사업부문은 지난해 4분기 136억원의 적자를 냈다. 올해 1분기에는 흑자로 돌아섰으나, 2분기 때 다시 1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영화 한 편당 제작비는 100억 원대로 치솟고 있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 수는 몇 안 된 탓이다.
2012년 6월부터 영화사업부문을 이끄는 정 부문장은 "CJ E&M의 해외시장 공략 성공 여부는 정체된 국내 영화산업이 제2의 도약을 할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시장 공략 해법으로는 완성작 수출 또는 리메이크 판권 판매가 아니라 해외로컬 영화 제작을 제시했다.
정 부문장은 "글로벌 배급망을 가진 할리우드 영화는 세계 어디에서도 문화적 장벽이 없지만, 한국영화가 그대로 수출될 때는 언어적, 문화적 장벽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리메이크 판권 판매는 실제 제작까지 이뤄지는 경우가 드물고, 자본력을 앞세워 유수의 메이저 극장 체인과 제작사들을 사들이는 중국의 방식도 우리의 모델이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크리에이티브 능력'을 바탕으로 현지 정서에 맞는 로컬영화를 제작하는 것이 부가가치가 높고, 국내 창작자들에게도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해외사업 부문에 80명의 임직원을 둔 CJ E&M은 이런 전략 아래 2007년 한미 합작영화 '어거스트 러쉬'를 시작으로 지난 10년간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6개국에서 총 23편의 해외로컬 영화를 제작, 개봉했다.
특히 국내에서 인기를 끈 콘텐츠를 국가별로 현지화시키는 CJ E&M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성과를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수상한 그녀'다. '수상한 그녀'의 중국판 리메이크작인 '20세여 다시 한번'은 역대 한중합작영화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중국, 베트남, 일본,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현지에 맞게 리메이크돼 총 780억원의 매출을 거뒀다.
이외에도 '써니'가 일본, 미국, 동남아 등지에서 리메이크가 진행 중이며 '오싹한 그녀'도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현지화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CJ E&M은 터키와 멕시코 등 신규 시장 개척에도 나설 예정이다.
터키에는 올해 5월 현지법인을 설립했고, 올겨울 한-터키 합작영화인 '핫 스윗 앤 사우어'(Hot Sweet & Sour) 개봉을 앞두고 있다. 멕시코는 현재 스페인어 버전으로 개발되고 있는 '수상한 그녀'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fusion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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