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 선택에 화나지만 대책 필요…"근본적인 고민해야"
'정면돌파 vs 현실인정' 의견 엇갈려…일각선 정계개편론도
(서울=연합뉴스) 강병철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이른바 '김이수 부결' 사태를 계기로 대야(對野) 전략을 놓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
김이수 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부결로 여소야대(與小野大) 구도 하에서의 여권의 위치와 한계가 고스란히 입증되면서 '포스트 김이수 정국'을 어떻게 풀어갈지 기조를 다시 짜는 모습이다.
보수야당의 협력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민의 포인트는 결국 국민의당과의 관계 설정이다.
일단 민주당은 호남 기반의 국민의당이 김 전 후보자 표결에서 결과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보수야당의 손을 들어준 것을 놓고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김 전 후보자 인준안 부결 직후 "20대 국회에서는 국민의당이 결정권을 가진 당"이라고 말한 것이 민주당의 '분노 지수'를 한껏 높인 상태다.
광주시당위원장인 이형석 최고위원은 13일 최고위에서 "당 대표가 된 후 광주를 찾아 지지를 구걸한 안 대표가 가장 먼저 한 일이 호남 출신인 김 후보자 인준안을 부결시킨 것"이라면서 "국민의당이 왜 4% 지지율에 갇혀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 호남은 안 대표가 저지른 호남 홀대를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내에서는 김이수 부결사태로 국민의당에 대한 기존 인식도 바뀌는 모습이다. 사실상 '형제당'으로 생각했으나 국민의당의 예상치못한 선택에 '허'를 찔렸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원내 핵심관계자는 "전체적으로 이번 부결사태를 되돌아보면 국민의당이 해달라는 것을 다 해줬는데도 결국 부결이 됐다"며 일종의 '배신감'을 토로했다.
다른 초선 의원은 "김 후보자가 부결된 이후에 국민의당 의원들도 보수야당과 함께 환하게 웃고 본회의장을 나가는 것을 보니 답답하더라"면서 "그런 태도에 상처를 많이 받았고 이분들이 우리와 협력할 분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런 격앙된 분위기 탓에 당내에선 국민의 지지만 믿고 위기를 정면돌파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국민의당에 협조를 읍소하기보다는 '적폐 세력과 함께할 것이냐, 개혁에 동참할 것이냐'로 강하게 압박한 뒤 그래도 답이 없으면 국민만을 바라보고 '마이웨이'의 길을 가야한다는 논리다.
당 관계자는 "국민의당을 설득하기보다는 여론전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경우 여소야대의 한계상 당장의 현안인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 인준안을 필두로 핵심 민생·개혁 입법과제와 내년도 예산안 등도 제대로 처리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다.
당내에서 현실을 인정하고 진정한 협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협치의 국회운영시스템을 만들고, 이를 위해 여야정 협의체 등을 활용하는 동시에 민주당이 야당, 특히 국민의당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국민의 지지율을 이유로 여당과 청와대가 여소야대란 국회의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데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면서 "정책에서는 타협점을 만들고 인사는 중립적으로 하는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일정 시점에 정계개편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전망도 일부 나온다.
노태우 정부 때인 1988년 여소야대로 정기승 대법원장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는 등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조성되자 당시 여권이 민정당과 통일민주당, 신민주공화당 등을 합치는 이른바 3당 합당 카드로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었던 것과 같은 흐름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내년 6·13 지방선거가 다가오는 가운데 국민의당의 지지율이 호남에서도 저조한 점도 이런 관측이 나오는 배경이다.
하지만 인위적 정계개편은 오히려 역풍을 부를 수 있는 데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도 지난달 "인위적인 정계개편은 없다"고 단언한 바 있어 정계개편 문제가 진지하게 거론되는 분위기는 아니다.
이와 관련, 당 핵심관계자는 "국민의당을 아주 적대적으로 공격하면서 국민의 여론을 믿고 갈지 아니면 좀 더 깊은 이야기를 서로 해야 할지 근본적인 부분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solec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