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강릉서 800여 가정 신청…"한국적 모습 그대로 보여줄 겁니다"
(평창·강릉=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올림픽이 아무리 성대하게 열린다 해도 결국 좋은 이미지는 지역 주민들의 미소와 친절에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2018평창동계올림픽 때 평창을 찾는 외국인들에게 홈스테이를 제공하는 최선진(50)씨는 손님맞이 준비에 한창이다.
30평에 달하는 대형 원룸은 최씨가 한국인의 따뜻한 정(情)을 선물할 '또 하나의 올림픽 무대'다. 평소에는 리코더 연주가인 그가 연습실로 사용하는 소중한 공간이다.
최씨가 선뜻 홈스테이를 신청할 수 있도록 이끈 것은 바로 '내 고장 사랑'이다.
"내 고장에서 열릴 올림픽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올림픽이 끝나도 '평창'이라는 이름은 남을 테고, 평창을 다시 찾게 하는 건 다름 아닌 지역 주민이니까요."
올림픽 성공은 지역 주민의 관심에서 비롯된다는 최씨의 믿음에는 진한 애향심과 동계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배어 있다.
그는 최근 성화봉송 주자로도 선발됐다. 삼수 끝에 뽑혀 모두를 빛나게 하는 불꽃을 들고 힘찬 발자국을 새길 예정이다.
한국음악협회 평창군지부장이기도 한 그는 회원들과 함께 올림픽 성공을 위한 재능기부도 아끼지 않는다.
지난 8월에는 영동고속도로 평창휴게소의 수호랑·반다비 조형물 앞에서 두 차례나 찾아가는 힐링 음악회를 열고 동계올림픽을 홍보했다.
7월에는 조직위 사무소에도 찾아가 1층 로비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했다.
그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올림픽 성공을 위한 그의 작은 날갯짓이다. 그는 사비까지 털어가며 소소하지만 감동이 넘치는 선율을 선물했다.
불과 5개월 남은 올림픽을 앞두고 그는 어떤 외국 손님과 생활하게 될지 궁금하기만 하다.
보통 1∼2명 정도를 희망하지만 최씨는 "방이 넓으니 5명 이상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반강제적으로 한국적인 것을 알리기보다는 생활하는 모습 그대로를 보여주고 편하게 지내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빙상경기가 열리는 강릉에서 홈스테이를 신청한 진영하(47·여)씨 가정 역시 즐거운 마음으로 곧 찾아올 외국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여행을 좋아하는 진씨 가족은 어느 날 우연히 TV에서 홈스테이 가정 모집 광고를 보고 '조금이라도 보탬이 돼야겠다'는 생각에 신청했다.
외국어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관념과 일부 숙박업소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에 조금 겁도 났으나 누군가 나서지 않으면 숙박문제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았다.
이미 예행연습도 세 번이나 했다. 지난해 강릉을 찾은 불가리아인 1명, 인도네시아인 2명, 말레이시아인 2명이 진씨 집에서 1박 2일을 묵었다. 모두 외국인 남성이었다.
"대부분 홈스테이 신청 가정이 (외국인) 여성 1명을 선호하더라고요. 제가 아들을 2명 키우고 있는데 '그럼 남성들은 어디 가서 자나' 싶은 마음에 남성 외국인을 받겠다고 손을 들었죠."
진씨는 "맛집과 관광코스 소개 등 계획대로 되지 않아 당황하기도 했지만 함께 생활해보니 정말 따뜻하고 좋은 사람들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유럽인이라면 당연히 커피를 좋아하리라 생각하고 커피 거리에 갔으나 커피를 전혀 마시지 않아 되돌아온 일, 시장음식도 먹고 관광지를 둘러본 일, 윷놀이 한판 대결을 벌인 일 등 즐거웠던 시간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진씨 가족의 진심을 느낀 외국인들도 "잊지 못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인연으로 지금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서로 안부를 주고받는다.
진씨는 올림픽 때 찾을 외국인들에게도 기회가 된다면 한국인의 정이 넘치는 재래시장과 전통 및 역사가 깃든 관광지들을 구경시켜 줄 생각이다.
그는 "외국 손님들의 일정을 최대한 존중하고, 우리나라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며 "좋은 인상을 받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편 현재까지 최씨와 진씨 가정처럼 외국인들에게 선뜻 방을 내주기로 한 가정은 평창 50여 가정, 강릉 750여 가정이다.
conanys@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