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MIT·하버드의대, 한국계 부부과학자 네이처에 발표
(서울=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임신 중 감염이 자손에게 자폐증을 일으킬 수도 있음을 보여주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한국계 부부과학자인 글로리아 최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와 허준렬 하버드의대 교수 공동연구진은 "임신한 쥐가 미생물에 감염됐을 때 나오는 특정 면역물질이 새끼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고, 이로 인해 자폐증이 유발됨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논문 두 편으로 나눠 실렸다. 두 논문의 1저자는 각각 임영신 MIT 박사와 김상두· 김현주 매사추세츠의대 박사(공동1저자)다.
임신부가 입원 치료를 받을 정도로 심각한 미생물 감염을 겪었다면 자폐증을 앓는 아이를 낳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임신 3개월 내 바이러스 감염은 자폐아 출산 가능성을 3배 높이고, 임신 6개월내 세균 감염은 이 가능성을 1.4배 높인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하지만 이런 '현상'만 보고됐을 뿐, 실제로 임신 중 감염과 태아의 자폐증 사이에 어떤 관련성이 있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었다.
연구진은 임신한 쥐에서 면역반응 유도물질인 'IL(인터루킨)-17'이 뱃속 새끼 쥐의 뇌세포에 결합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로 인해 새끼 쥐의 특정 뇌 부위(S1DZ)가 울퉁불퉁하게 발달했다. 이들은 태어난 뒤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다른 쥐에 비해 사회성이 떨어지는 등 사람의 자폐증과 유사한 증상을 보였다.
IL-17은 병원균의 침입에서 몸을 지키는 면역세포의 일종인 'Th17'(T헬퍼17)가 분비하는데, 특히 장 속 절편섬유상세균(Segmented Filamentous Bacteria) 감염이 있을 때 이 면역물질과 상관성이 컸다.
Th17 면역세포는 사람의 장에서도 발견된다. 연구진은 앞으로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해, 세균감염과 자폐증 사이의 관련성을 알아볼 계획이다.
한편 허준렬 교수와 글로리아 최 교수는 부부과학자로 연구를 진행하는 것에 대해 많은 시너지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허 교수는 "두 실험실 간 공동연구를 진행할 때 서로 이익을 따지기보다 지지와 격려를 보냈다"며 "연구 성공에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 두 사람의 전문분야가 면역학과 신경생물학으로 각각 다른데, 이번 연구와 같은 신경면역학(Neuroimmunology) 쪽 연구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장점을 꼽았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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