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2세에 시민권 주는 법안은 반난민 정서 밀려 처리 연기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앞으로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나 나치즘의 상징물을 온·오프라인 공간에 게시하거나 파시스트나 나치식 인사를 하는 사람은 최고 3년의 징역형에 처해진다.
이탈리아 하원은 12일 파시즘 또는 나치즘의 선전 활동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을 표결에 부쳐 승인했다.
집권 민주당의 에마누엘레 피아노 의원이 발의한 이 법안은 파시스트나 나치식 경례를 하거나 파시즘과 관련된 기념품을 파는 행위, 파시즘과 나치즘을 선동하는 행위를 한 사람은 6개월∼3년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탈리아는 상원과 하원이 똑같은 입법 권한을 가진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이 강제력을 가지려면 상원 표결도 통과해야 한다.
현행 이탈리아 법은 친(親)파시스트 행위가 1920∼1940년대 이탈리아를 지배하던 파시스트 정당을 부활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인정돼야만 관련자를 처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파시스트 독재자인 베니토 무솔리니의 사후 70여년 만에 의회가 반(反)파시즘 관련 법안을 강화하려 하는 것은 최근 이탈리아에 파시즘에 대한 향수가 부쩍 커지고 있는 기류와 무관치 않다.
2014년 이래 아프리카와 중동에서 60만명의 난민이 쏟아져 들어온 이탈리아에는 최근 반(反)이민, 반(反)난민 정서와 결합하며 극우 파시스트의 철학에 동조하는 목소리가 심심치 등장하고 있다.
이탈리아의 신파시스트 정당인 새로운 전진당은 무솔리니 집권 95주년을 기념한 대규모 행진을 내달 로마에서 계획 중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 상에서도 파시스트와 무솔리니를 찬양하는 선전물이 자주 눈에 띄고 있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피아노 의원은 이탈리아 라디오24와의 인터뷰에서 "나치 정권의 선전부장 파울 요제프 괴벨스의 반 유대인 연설을 홍보하는 이탈리아의 한 페이스북 계정이 4만5천명의 팔로워를 거느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며, "나치와 파시스트에 대한 고조되는 향수를 차단하기 위해 독일처럼 더 강경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이끄는 우파 정당 전진이탈리아와 포퓰리즘 성향의 제1야당 오성운동은 이번 법안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며 이날 하원 표결에서 반대표를 던졌다.
한편, 올 가을 상원의 회기에서 최대 쟁점으로 꼽히는 일명 '이우스 솔리' 법안은 고조되는 반 난민 정서 속에 처리가 또 다시 연기됐다.
법안을 밀어붙인 집권 민주당의 상원 원내 대표 루이지 잔다 의원은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과반의 찬성이 필요하지만 현재 우리는 과반을 확보하지 못했다"며 표결 연기 이유를 설명했다.
우파 정당들은 이탈리아에서 출생해 5년 이상의 정규교육 과정을 거친 이민자의 2세에게 자동으로 시민권을 부여하는 것을 뼈대로 한 '이우스 솔리' 법안의 통과는 이탈리아에 더 많은 난민을 유인하는 잘못한 신호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이 법안에 격렬히 반대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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