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NCCK 토론회서 보수 개신교계 주장 반박
"종교기부금 세액공제 한도 30%로 올려야"
(서울=연합뉴스) 박수윤 기자 = 내년 1월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고 보수 개신교계가 '정교(政敎)분리 원칙의 훼손'이라고 맞서는 가운데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주장이 나왔다.
14일 오후 2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진보성향 개신교 교단 협의체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가 주최하는 '종교인 과세와 교회재정 투명성' 토론회에서다.
오경태 공인회계사(NCCK 교회재정투명성위원회 위원)는 토론회에 앞서 배포한 발제문에서 종교인들은 기존 세법으로도 납세해야 했음에도 특혜를 누려왔다고 지적했다.
오 회계사는 "과세당국은 지금까지 과세유예의 특혜를 줬거나 직무유기를 했다"며 "이는 정치적 이익 때문에 종교단체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 종교의 자유와 정치적 의사 표현을 회유, 왜곡하는 효과를 누린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역으로 종교단체가 투명하게 세금을 신고·납부한다면 세상을 향해 담대한 꾸지람을 자유롭게 하고 빛과 소금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이것이 참된 정교분리의 헌법 정신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 우려와 관련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보수 성향 개신교 교단 협의체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 엄기호 목사는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세무사찰에 결사반대한다"고 말한 바 있다.
최호윤 회계사(교회재정건강성운동 실행위원장)는 먼저 "종교인 소득세 과세와 교회 재정장부 조사는 별개의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미 세무당국은 종교인 과세와 상관없이 교회 장부를 들여다볼 권한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상 국세청은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을 출연일로부터 3년 안에 공익 목적으로 썼는지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다. 세법상 교회는 공익법인으로 분류된다.
최 회계사는 "교회가 재정을 공개해도 비방 받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그동안 우리 의무를 망각한 게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고 질타했다.
종교인 과세를 연착륙시킬 다양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오 회계사는 먼저 종교단체에 낸 기부금의 세액공제 한도도 30%까지 높이자고 제안했다.
현행법상 2천만 원을 초과하는 기부금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에서 해당액의 30%(2천만원 이하는 15%)를 세액공제 형태로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종교단체에 낸 기부금은 해당액의 10%만 세액공제로 인정된다.
오 회계사는 "앞으로 종교단체도 투명하게 검증할 제도를 확립할 것이므로 다른 공익법인과 공평하게 세액공제대상 한도를 30%로 올리자"며 "기부문화를 확산하고 형편이 어려운 종교단체의 헌금 수입을 투명하게 증대시킬 것"이라고 제안했다.
최 회계사는 "종교법인이더라도 세무확인, 결산공시 등 일반 공익법인의 의무를 모두 이행하는 경우 동일한 공제혜택을 부여하도록 소득세법 체계를 개정해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종교인을 근로자로 인정하지 않는 대법원 판례 탓에 일선 목회자들이 고용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법 개정을 당부했다.
종교인들을 향한 쓴소리도 쏟아졌다.
김진호 목사(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연구실장)는 한 대형교회 목사의 2013년도 수입을 추정한 결과, 사례비·목회비·생일축하비·김장비·가족 의료비 등을 포함해 최소 3억4천만 원에 달했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는 "이 교회의 재정은 자발적으로 공개된 게 아니라 내부 갈등 과정에서 폭로된 것"이라며 "신고된 소득에 견줘 실질소득은 3배 가까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게 축소 신고를 한다면 종교인 과세가 비정상적인 목사 사례비를 정상화할 가능성이 없다"며 "교회와 시민사회가 종교인 과세를 계기로 교회 재정공개 운동이 확산하도록 특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회계사는 "한국교회가 위기라는 사실을 부인할 사람은 없다. 목회자가 종합소득세를 자진신고한다면 한국교회의 신뢰가 회복될 것"이라며 "빛과 소금의 예언자적 사명을 감당해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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