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시 '나고야소송지원회' 대표 등에 명예시민증 수여
(광주=연합뉴스) 박철홍 기자 = 일본 미쓰비시 기업에 강제 동원된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의 명예회복을 위해 31년째 활동해 온 일본인 2명이 광주광역시의 명예시민증을 14일 받았다.
시민증은 받은 이들은 '나고야 미쓰비시 조선여자근로정신대 소송을 지원하는 모임'의 다카하시 마코토(高橋 信·75) 공동대표와 고이데 유타카(小出 裕·76) 사무국장이다.
1986년 봄, 이들은 조선여자근로정신대의 피해 사실을 접했다.
항공기 생산을 위한 노동력을 확보하고자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은 12∼14세의 어린 소녀들을 '일본에 가면 여학교에 들어가 2년 만에 졸업할 수 있다', '월급도 준다', '맛있는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등의 거짓말로 속여 일본으로 데려가 혹사했다.
일본과 미쓰비시중공업을 믿고 17개월간 일을 해온 소녀들은 돈 한 푼 받지 못하고 일본 패전 2개월 후인 1945년 가을에 빈손으로 조국에 돌아왔다.
특히 당시 근로정신대 소녀들과 같은 나이인 14세의 딸을 둔 다카하시 대표는 '만약 내 딸이 같은 피해를 당한다면 아버지로서 어떨까'라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다카하시 대표와 고이데 사무국장은 도난카이(東南海) 지진에 목숨을 잃은 6명 유가족을 수소문하기 위해 1988년 처음 아무 연고도 없는 한국 땅을 밟은 후, 본격적으로 진상규명에 매달렸다.
그해 12월 시민들의 성금을 모아 옛 미쓰비시 공장 터에 지진 희생자들을 위한 추모비를 세웠고, 1998년 11월에는 소송을 뒷받침하기 위한 지원 조직으로 '나고야 소송지원회' 결성을 주도했다.
1999년 3월 1일 일본 정부와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나고야지방재판소에 손해배상청구소송 제기해 재판이 진행되는 10년(1999∼2008년) 동안 피해 할머니들의 소송비와 항공료, 체류비 일체를 지원하는 등 피해 할머니를 명예회복과 피해구제를 위해 노력했다.
그러나 10여년에 걸친 노력에도 불구하고 2008년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끝내 패소하고 말았다.
일본 내 사법적 구제의 길이 모두 막혔지만, 이들의 활동은 그치지 않았다.
2007년 7월부터 현재까지 매주 금요일 나고야에서 미쓰비시 본사가 있는 도쿄까지(왕복 720㎞) 이동해 미쓰비시의 진심 어린 사죄와 자발적 배상 촉구하는 시위를 '금요행동'을 387회째 계속하고 있다.
이들의 헌신으로 시작한 소송은 1·2·3차로 나눠 한국에서 다시 이어지고 있다.
근로정신대 피해자 5명이 제기한 1차 소송은 1·2심에서 모두 승소했으나, 미쓰비시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 주이고 최근 2·3차 손해배상 소송 1심에서 승소했으나 미쓰비시 측이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명예 광주시민증을 받은 다카하시 마코토 대표는 "가해국의 시민으로서 불합리·부조리를 간과할 수 없었다"며 "근로정신대 피해자들에게 웃음을 되찾아 드리는 것은 우리들의 책무하고 생각하고 승리할 때까지 싸우겠다"고 밝혔다.
고이데 유타카 사무국장은 "피해자 할머니들이 쌓아 올린 이 무지개 다리가 한때의 꿈으로 끝나는 다리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며 "슬픔이 반복되지 않도록 진실을 새기는 활동이 일본 사회에서 좀 더 뿌리내릴 수 있도록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지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pch80@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