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출판단지 속 동화나라 '피노키오 뮤지엄'
(파주=연합뉴스) 임동근 기자 = 동화 '피노키오'의 무대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서쪽으로 1시간 거리의 소도시인 콜로디가 출발점이다. 제페토 할아버지가 운영하는 이곳의 나무 공방에서 피노키오가 태어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사람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 제페토는 자신의 옷을 팔아 피노키오를 학교에 보낼 정도로 온갖 정성을 기울여 키운다.
하지만 피노키오는 서커스단에 현혹돼 다양한 모험을 하게 된다. 급기야 커다란 고래의 뱃속까지 들어가지만 제페토의 사랑과 헌신으로 구출되고 결국 사람이 된다.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1826~1890)가 1883년 발표한 '피노키오의 모험'을 원작으로 한다. 지금의 피노키오는 원작 내용이 각색된 디즈니 애니메이션 속의 모습으로 우리의 뇌리에 각인돼 있다.
어릴 적 TV에서 방송하던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모험'은 피노키오와 함께 아슬아슬한 모험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고,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파란머리 천사 만날 때는 나도 데려가 주렴~"으로 시작하는 노래는 자꾸 흥얼거리게 하는 중독성이 있었다. 피노키오가 그려진 책받침과 공책, 손목시계는 누구나 갖고 싶어 하던 인기 아이템이었다.
경기도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피노키오 뮤지엄은 추억 속 피노키오를 만나고, 함께 동화와 환상의 세상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는 이상영 초대관장이 30여 년간 수집한 소장품과 정중모 열림원 출판사 대표가 해외 경매를 통해 마련한 아이템 등 피노키오 컬렉션 1천300여 점이 전시돼 있다.
공공건축가로 알려진 고(故) 정기용 건축가가 지은 뮤지엄은 상설전시실, 특별전시실, 아트랩, 아트숍, 책방, 야외무대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박물관에 도착하면 입구부터 하얀 모자를 쓰고 초록색 옷을 입은 피노키오가 게슴츠레한 눈으로 반긴다. 한쪽에는 제페토 할아버지, 여우와 고양이, 파란 머리 천사가 모여 있고, 빨간 고깔모자와 옷을 입은 피노키오가 건물 높은 곳의 창틀에 걸터앉은 모습도 볼 수 있다.
◇ 눈앞에 펼쳐지는 동화 세상
박물관 탐방은 1층에서 엘리베이터로 3층에 오르면 나타나는 상설전시장부터 시작된다. 첫 번째 공간은 '역사관'. 우선 '피노키오'(Pinocchio)란 이름은 '작은 솔방울' 또는 '소나무로 만들어진 귀여운 아이'란 뜻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1932년 제작된 세계 최초의 피노키오 팝업북도 흥미롭다. 팝업북은 당나귀로 변한 피노키오가 피에로, 강아지들과 함께 서커스를 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TV 만화 '피노키오'를 소개하는 안내 책자와 피노키오가 그려진 엽서, 공책, 크레파스, 우표 등 추억 속 물건들도 만날 수 있다.
다음 공간에서는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유럽 국가에서 나무, 헝겊, 플라스틱, 철재, 유리 등 다양한 재료로 만든 각기 다른 표정과 모습의 피노키오들이 등장한다. 겉모습은 제각각이어도 긴 코에 장난스러운 얼굴은 매한가지다. 이곳에는 피노키오 만화경과 피노키오 동화를 담은 레코드판도 있다.
안쪽에는 3D 입체 영화를 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입체 안경을 쓰고 자리에 앉으면 피노키오가 등장해 모험을 떠나는 내용의 '요정의 집 스토리'가 상영된다. 바로 옆 공간에서는 또 다른 피노키오 관련 영상물을 볼 수 있다.
이어지는 공간은 피노키오 이야기를 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갤러리'다. 팝아트의 거장 짐 다인(Jim Dine)의 판화 작품, 그래픽 디자이너 카우스(Kaws)의 조각, 지영과 김은혜 작가의 회화와 이윤희 작가의 조각, 피노키오 탄생을 기념해 프라다가 2010년 금속과 플라스틱으로 제작한 피노키오 오브제 로봇 등을 차례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카니발 때 사용하는 다양한 모습의 피노키오 마스크도 있다.
◇ 흥미로운 세계 각국 피노키오들
다시 발걸음을 옮기면 '장난감 나라'다. 이곳에서는 피노키오가 다른 나라로 전해지며 어떤 모습으로 변했는지 살펴볼 수 있다. 꽃무늬 빨간 옷을 입은 이탈리아의 피노키오를 비롯해 팔다리가 자유롭게 구부러지고 코 길이가 조절되는 미국의 피노키오, 여자친구가 있는 체코의 피노키오, 러시아의 피노키오 마트료시카, 독일에서 온 피노키오 호두까기 인형, 붉은색 치파오를 입은 중국 피노키오 등 다양한 모습의 피노키오가 눈길을 끈다.
'제페토 작업실'로 들어서면 코끝에 안경을 걸친 제페토 할아버지가 나무를 깎아 피노키오를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마리오네트(줄인형), 팝업북, 평면, 조형물 등 피노키오 제작 모습은 다양하지만 피노키오를 보는 제페토의 눈빛은 부드럽고 따스하기만 하다.
이어지는 '콜로디 서재'에는 피노키오 관련 책이 다양하게 진열돼 있다. 이 중 미국 그래픽 아티스트 리처드 프로드(1901~1988)가 1937년 제작한 책의 표지가 눈길을 끈다. 목매달린 피노키오의 삽화가 그려져 있다.
피노키오가 여우와 고양이에게 금화를 빼앗기고 칼에 찔린 후 결국 떡갈나무에 목매달린다는 콜로디 원작의 내용을 표현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책은 3천 부를 찍었지만 부모들이 표지를 벗겨내고 자녀들에게 주는 바람에 온전히 전해지는 것이 없다고 한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작은 '피노키오 좁쌀 책'(1.4x2㎝), 세계에서 가장 큰 그림일기 형식의 책(42.5x55㎝), '브라티노'란 이름으로 출간된 러시아 책도 볼 수 있다.
전시장의 마지막은 '마리오네트'가 장식한다. 마리오네트는 머리, 몸체, 팔과 다리에 매어놓은 철사나 실을 조작하면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는 전신 인형이다. 센서에 손을 갖다 대면 피노키오, 제페토, 파란 머리 요정, 여우, 고양이 등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 구연동화로 만나는 피노키오
"옳지! 이 통나무로 춤도 추고 노래도 하는 꼭두각시 인형을 만들어서 온 세상을 구경 다니면 그것참 재밌겠는데? 그래서 제페토 할아버지는 통나무를 집으로 가져가서 인형을 만들었어요."
커다란 상어 모형이 있는 2층 구연동화실에서는 주말을 맞아 '피노키오' 구연동화가 펼쳐지고 있었다. 구연동화는 이야기에 맞춰 배우가 연기를 펼치고 어린이 관객과 말을 주고받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대형 스크린에는 이야기 진행에 맞는 삽화가 하나씩 나타나 이해를 돕는다. 이야기에 흠뻑 빠진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이 났다. 구연동화 감상은 주말이나 휴일에 3회씩 진행된다.
구연동화실 옆에는 미술체험실인 '아트랩'이 있다. 이곳에서는 부모와 함께 목각인형을 색칠해 자기만의 피노키오를 만들 수 있다. 종이관절인형, 가면, 오르골, 마리오네트 등도 제작할 수 있다.
'피노키오 책방'에는 열림원이 출간한 아동 도서부터 어른을 위한 서적까지 진열돼 있어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다.
1층에는 특별전시실인 '도도갤러리'와 아트숍이 있다. 도도갤러리에서는 동화를 모티브로 하는 흥미로운 미술 전시회를 열고, 아트숍에서는 피노키오 캐릭터 상품을 비롯해 앙증맞은 생활소품과 문구류를 살 수 있다.
바깥은 야외 정원으로 꾸며져 있다. 피노키오에 등장하는 캐릭터 조각과 영국의 패딩턴 곰 동상, 무지개가 보이는 구름다리 등 방문객이 동화 속 나라를 모험하는 느낌이 들게 한다. 야외무대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진행된다.
피노키오 뮤지엄은 주말과 공휴일에 박물관 전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어린이 눈높이에 맞춘 도슨트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미금 피노키오 뮤지엄 학예연구사는 "피노키오 뮤지엄은 부모와 어린 자녀가 함께 동화 속으로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공간"이라며 "박물관을 한 바퀴 돌아보면 동화 '피노키오'를 처음부터 끝까지 읽은 듯한 느낌이 들도록 내년 초 박물관을 재정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관람 정보]
▲ 관람 시간 = 10:00~18:00(17:00 입장 마감, 매주 월요일·설·추석 당일 휴관)
▲ 프로그램 운영 시간
- 도슨트(해설사 안내) : 주말·공휴일 14:00, 16:00(20분간 진행)
- 구연동화 : 주말과 공휴일 13:00, 15:00, 17:00(25분간 진행)
▲ 입장료 & 체험비 = 뮤지엄 8천원, 목각인형 색칠하기 9천원, 종이관절인형 색칠하기 1만2천원
☎ 031-8035-6773
※ 연합뉴스가 발행하는 월간 '연합이매진' 2017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dkl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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