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말레이시아의 한 이슬람 기숙학교에서 새벽에 원인 모를 불이 나 최소 25명의 학생과 교사가 숨지는 참사가 벌어졌다.
14일 일간 더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전 5시 10분께 쿠알라룸푸르 다툭 크마랏 거리에 있는 '푸삿 타흐피즈 쿠란 이티파키야' 이슬람 기숙학교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소방대는 오전 6시 15분께 진화를 마무리했지만, 학교 안에 있던 학생과 교사들은 대부분 바깥으로 대피하지 못한 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소방당국은 기숙학교 안쪽 방에서 13살에서 17살 사이의 남자 학생 22명과 교사 2명의 불탄 시신을 발견했다.
이들은 하나 뿐인 출구가 불길로 막히자 창문을 통해 탈출하려 했지만 방범용 창살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장을 목격한 인근 주민들은 불길에 갇힌 학생들이 도와달라고 외치는 목소리가 상당 시간 이어졌다고 전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는 "불이 3층 입구 주변에서 나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면서 "학생 6명은 간신히 빠져나와 구조됐지만 모두 중태여서 쿠알라룸푸르종합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소방당국 관계자들은 모기향 불씨나 합선 등으로 불이 시작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말레이시아의 사설 이슬람 기숙학교는 영세한 규모와 안전관리 미흡으로 2015년에만 211건의 불이 나는 등 화재에 취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이달 초에는 케다 주 발링 지역의 한 이슬람 기숙학교에서 새벽 시간에 화재가 발생해 학생 8명 등 16명이 긴급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고, 1989년에는 케다 주 캄풍 파당 루맛 지역에서 역시 비슷한 사고로 여학생 27명이 사망한 바 있다.
말레이시아 교육부에는 현재 519개의 이슬람 기숙학교가 등록돼 있지만, 무등록 상태로 영업하는 학교도 상당수로 알려졌다.
hwangc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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