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중동 단교 위기'의 당사국들이 국제회의에서 보기 드문 설전을 벌여 이들 사이의 갈등이 여전히 첨예하다는 점을 방증했다.
아랍계 이슬람권의 최대 기구인 아랍연맹의 12일 장관급 회의에서다.
14일 공개된 아랍연맹 회의 동영상을 보면, 단교를 선언한 사우디아라비아 진영은 거세게 카타르를 몰아붙이고 카타르는 한마디도 지지 않고 이에 맞섰다.
안와르 가르가시 아랍에미리트(UAE) 외무장관은 "국제적으로 테러리스트로 지목된 59명이 카타르에 정착해 살고 있거나 카타르와 연계됐다"면서 단교의 명분인 카타르의 테러조직 지원을 부각했다.
이에 술탄 빈사드 알마라이키 카타르 외무담당 정무장관은 "가르가시 장관은 1996년 UAE와 바레인, 사우디가 카타르에 군사적 행동을 하려 했다는 사실을 잊었거나 잊은 척 한다"면서 "그러나 이는 실로 사실이었다"고 반박했다.
1996년은 카타르의 직전 군주인 셰이크 하마드 알타니가 무혈 쿠데타로 즉위한 해로, 카타르는 이때부터 사우디에 종속되지 않은 독자적 외교 정책을 시작했다.
그러면서 "아흐메드 알카탄(사우디 주재 이집트대사) 형제는 우리를 위협하는 언사를 하는데 책임질 수 있겠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알카탄 대사가 말을 끊고 "내가 그 점은 분명히 하겠다"고 끼어들자 알마라이키 대사는 "아니, 나서지 마라. 내가 얘기할 때는 조용히 하라"고 지적했다.
이에 알카탄 대사는 "당신이나 조용히 해"라고 소리를 높이자 회의장이 시끄러워졌다.
사우디, UAE, 바레인, 이집트는 6월5일 카타르의 테러조직 지원을 이유로 단교한다고 선언했다.
이들 4개국은 카타르에 이란과 절연,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테러 용의자 추방·정보제공 등을 요구했으나 카타르는 주권침해라면서 일축했다.
카타르 군주 셰이크 타밈 알타니는 14일 단교 사태 이후 관계가 더 밀접해진 터키를 정상방문한다. 이는 단교 이후 셰이크 타밈의 첫 정상 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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