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업체 참여 의무화 규정 악용…건설업계 "공공연한 비밀"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 관급공사 수주를 위한 건설사업자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지역 업체들이 실제 공사는 담당하지 않으면서 이름만 빌려주고 돈을 받아온 사실이 확인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들은 "대기업 중심의 컨소시엄 구성에 이같이 지역 업체들이 이름만 빌려주는 것이 업계 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역 건설업체 육성 목적'이라며 지역 관급공사에 지역 업체의 참여를 의무화한 관련 법 규정은 허울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경기도가 최근 경기도시공사를 대상으로 한 감사 결과를 보면 도시공사는 지난해 6월 남양주 다산신도시 내에 사업비 3천11억원 규모의 공공임대주택(1천394가구) 건설 사업을 하면서 대형 건설사인 A사 컨소시엄을 민간사업자로 선정했다.
이 컨소시엄에는 A사가 60%, 지역 건설업체인 B사가 40% 지분을 갖고 참여했다.
B사의 참여는 공공주택 특별법과 지방자치단체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 등에 지역 관급공사 수주 시 해당 지역 업체를 일정 비율 이상 참여시키도록 한 규정에 따른 것이다.
이 아파트 공사에는 지역 업체 참여 비율을 35% 이상으로 정해져 있었다.
하지만 도 감사 결과 B사는 컨소시엄 참여 지분에 따라 올해 2월 착공 이후 지금까지 경기도시공사로부터 3차례에 걸쳐 받은 공사비(기성금) 43억여원 중 88%인 38억원을 A사에 돌려줬다.
B사는 계약서상 '40% 지분 참여'에도 불구하고 공사에 전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업체는 A사가 대부분 진행하는 사업에 이름만 빌려주고 5억원을 챙긴 셈이다.
이에 대해 한 대형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 관급공사를 할 경우 건축공사업 면허 등을 보유한 업체를 일정 비율 참여시키도록 의무화하다 보니 대형 건설사들이 대부분 이같은 방식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수주한다"고 밝혔다.
이같은 컨소시엄 구성 방식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도 했다.
경기도 내 다른 건설업체 관계자는 "지역 내에서는 관련 면허를 보유한 업체가 소수에 불과하다 보니 대기업이라도 관급공사를 수주하려면 이들의 허락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관급공사에 지역 업체를 의무적으로 참여시키도록 한 것은 대기업의 노하우를 전수, 기술력 향상을 통한 지역 건설업체를 육성하기 위한 것인데 현실은 말 그대로 허울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건설업체 관계자들은 "이런 행태가 B사나 경기도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라며 "관련 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사업 시행 공공기관들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기도 감사관실은 경기도시공사에 관련 업무 담당자를 감봉 징계하도록 하는 한편 B사를 사업에서 배제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하도록 지시했다.
아울러 설립된 지 1년여밖에 안 되고 기술직 직원도 5명에 불과한 B사가 도내 다른 관급공사 컨소시엄에도 같은 방식으로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한편, 도 감사관실은 이번 감사에서 경기도시공사가 광교신도시 호수공원 내에 200억원을 들여 설치 예정인 분수대가 적절한 절차를 이행하지 않은 채 추진되고 있다며 법령과 협약서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것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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