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한때 민주화와 인권의 상징이었던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가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묵인하면서 하루아침에 인권탄압의 대명사로 전락했지만, 미얀마 내부에서는 동정과 지지를 받는다는 현지 언론의 분석이 나왔다.
미얀마 독립언론인 이라와디의 아웅 조 편집장은 15일 '라카인주 위기 이후 수치에 대한 지지는 견고하다' 제하 칼럼에서 국제사회로부터 로힝야족 인종청소를 묵인한다는 비판을 받는 수치가 이번 사태로 국내에서는 오히려 더 큰 지지를 받게 됐다고 진단했다.
칼럼은 "수치는 국가를 대표하는 인물로 국제사회의 압박과 서방의 경제제재 위협을 막아내는 방패 역할을 했다. (수치와 권력을 분점하고 견제하는) 군부 지도자들도 이런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미얀마 정부와 군부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군부 지도자들과 그 가족들 사이에서는 수치가 국제사회에서 불공정한 이미지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데 대한 동정여론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아웅 조 편집장은 또 "소수민족 반군과 지지부진한 평화정착 논의나 부실한 경제정책 때문에 과거 비판론자들은 미얀마 정부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그러나 (라카인주 유혈사태를 겪는) 오늘 그녀에 대한 대중의 지지는 강력하다. 이는 몇 달 만에 찾아온 큰 변화"라고 진단했다.
또 미얀마 국민이 수치를 지지하는 것이 비상시국을 틈탄 군부 쿠데타를 우려하기 때문이라는 일각의 분석을 거론하면서, 시대가 바뀐 만큼 그럴 가능성은 적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그는 이어 "많은 네티즌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라카인주의 위기가 국가와 국민을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면서 "이번 사태가 적어도 미얀마 내부적으로는 문민정부 지도자인 수치와 군 최고사령관 사이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고 썼다.
수치 자문역은 그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핍박받는 종족으로 꼽히는 로힝야족 문제에 눈을 감았다는 비난을 받아왔고, 미얀마군에 의한 로힝야족 '인종청소' 주장이 조작된 정보를 근간으로 하는 '가짜뉴스'라고 반박하면서 국제사회의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수치가 묵인한 로힝야족 유혈사태에 대해 "인종청소보다 더 적합한 표현은 없다"고 비판했고,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는 "로힝야족 사태는 노벨평화상의 죽음"이라며 수치를 겨냥했다.
수치의 노벨평화상 박탈을 위한 온라인 청원은 수십만명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파키스탄의 인권운동가 말랄라 유사프자이 등 역대 노벨상 수상자 12명도 수치에게 로힝야족 사태 해결을 위해 나서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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