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박원순·문희상 축사…"경청의 리더십·좌절된 영웅"
박관용 "'오만한 정권은 실패'…지금 필요한 명언"
(서울=연합뉴스) 고상민 기자 = 고(故)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의 회고록 '우행(牛行)' 출판기념회가 15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렸다.
대표적인 4·19세대 정치인이자 한국 정치사에 한 족적을 남긴 것에 걸맞게 이날 출판기념회에는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함께 한 많은 정계 인사들이 직접 발걸음을 하거나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 전 총재는 지난해 2월 2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세상을 뜨기 바로 전날 자신의 회고록을 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동영상 축사를 통해 "이 총재의 삶은 책 제목처럼 신념의 한길을 걸어온 뚜벅걸음 그 자체"였다며 "요즘 정치 현실을 볼 때마다 이 선배의 빈자리가 아쉽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는 소신과 결기가 필요했던 순간에는 반드시 행동하는 분"이었다"면서 "3당 합당에 결연히 반대했던 순간이 그러했다"고 회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도 동영상 축사에서 "이 전 총재는 학생운동을 주도해 4·19혁명의 도화선을 당긴 분"이라며 "회고록을 잘 마무리해주신 덕분에 저 같은 후배들은 한국 정치사의 면면들을 곱씹어보고 배울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1993년 이 전 총재가 민주당을 이끌 당시 비서실장을 지냈던 더불어민주당 문희상 의원은 기념회에 직접 참석해 "그의 리더십의 가장 큰 특징은 온유함이었다"며 "자신의 고집을 꺾으면서 동시에 자기의 의지를 관철하는 '경청의 리더십'은 압권이었다"고 술회했다.
문 의원은 "그가 대통령을 목표로 한 삶을 살았다고 한다면 '좌절된 영웅'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역사의 변곡점에서 자신의 의지대로 '아니오'라고 말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역사가 기억해야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은 정치적 동지이면서 한편으론 경쟁을 벌여야 했던 이 전 총재와의 수많은 일화를 소개했다.
박 전 의장은 "호랑이처럼 예리한 눈으로 보되 소처럼 신중하자는 의미에서 고사성어 '호시우행'(虎視牛行)을 좋아했다"며 "이 책에는 그러한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회고록 뒷면에도 있는 '어느 것 하나 예견할 수 없다. 시류에 편승해 오만한 정권은 결국 역사에 성공한 정권으로 남을 수 없다'는 말은 지금 꼭 필요한 명언"이라고 밝혀 문재인 정부를 우회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출판기념회에는 바른정당 주호영 대표 권한대행·이종구·하태경 의원, 더불어민주당 원혜영·노웅래·설훈 의원,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 국민의당 김경진 의원 등 전·현직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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