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우울증 치료 약을 복용하는 사람의 조기 사망 위험이 비복용자에 비해 최대 33% 높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의학 전문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캐나다 맥마스터대학 폴 앤드루스 교수팀은 연인원 약 38명을 대상으로 한 기존의 17개 관련 연구들을 체계적으로 분석, 종합 검토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5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구팀은 항우울제 복용자 그룹과 비복용자 그룹을 단순 비교했을 때는 복용자의 조기 사망 위험이 9% 높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측에서 심장질환자들을 제외하고 비교하자 위험이 33%로 높아졌다.
이 차이는 항우울제의 혈액 희석 기능이 혈전 형성 등을 막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의 발생률을 낮춰주는 한편, 심혈관이 건강한 우울증약 복용자의 경우엔 오히려 출혈로 인한 사망 가능성이 커지는 부작용이 영향을 줬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심장질환이 없는 사람들의 경우 항우울제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을 일으킬 위험이 14% 커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팀은 가장 흔히 처방되는 항우울제는 뇌의 세로토닌 호르몬 흡수를 억제하는 방식인데 문제는 심장과 신장, 폐, 간 등 다른 중요 장기들이 혈액에서 세로토닌을 이용하는 것 역시 차단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항우울제가 결국 이런 장기들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망 위험을 증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이 연구결과에 대해 미국 사우샘프턴 대학 정신의학과 데이비드 볼드윈 교수는 "우울증 환자는 약 복용 이전부터 통상 다른 심신의 질환을 앓는 비중이 더 크므로 조기 사망률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는 등 결함이 있는 논문"이라고 말했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전했다.
그러나 캐나다 토론토대학 정신의학과 베느와 멀샌트 교수는 "항우울제가 체내에서 어떻게 작용하는지를 추가 연구해야 할 필요성을 보여주는 논문"이라고 평가했다.
멀샌트 교수는 "사실 나로서도 항우울제 복용이 장기적으로 환자에게 이로운 점이 더 클지, 해로운 점이 더 클지를 모르는 상태에서도 처방하곤 한다"고 말했다.
모든 약품엔 부작용이 있으며 이익이 위험보다 더 또는 훨씬 크고 대안이 없는 경우엔 의사와 환자는 처방과 복용을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미국 등 여러 나라에서 우울증 치료제가 과잉 처방되고 남용된다는 비판이 나오고, 환자들은 별다른 부작용이 없어 안전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많다.
앤드루스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많은 사람에게 우울증약의 해로움이 이익보다 더 클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며 처방·복용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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