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독립' 대자보 놓고 대학 당국-학생회 충돌

입력 2017-09-16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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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독립' 대자보 놓고 대학 당국-학생회 충돌

"표현의 자유 남용 말라" vs "중국의 앞잡이 되지 말라"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홍콩 독립'을 촉구하는 홍콩 중문대 내 대자보를 둘러싼 논쟁이 대학 당국과 학생회의 충돌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문대 총장 조지프 성은 전날 성명을 내고 "표현의 자유는 대학의 초석이지만, 그것이 제한 없는 자유의 행사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면서 "캠퍼스가 정치 그룹의 선동의 장으로 변질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독립 주장은 교내에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밝힌 성 총장은 학생회가 교내에서 관련 대자보를 떼어낼 것을 촉구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대학 당국이 대자보를 떼어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성 총장이 언급한 대자보는 새 학기가 시작한 4일 중문대 교내에 내걸린, '홍콩 독립'을 촉구하는 현수막과 대자보를 말한다.

대학 당국이 이들 현수막과 대자보를 떼어냈지만, 다음 날 교정 내 다른 장소에 또다시 같은 현수막이 내걸렸다.

이후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견을 게시하는 '민주주의의 벽' 주변은 '조국을 위해 싸우자. 홍콩 독립을 위해 싸우자'라는 문구가 적힌 대자보로 도배됐다.

하지만 중국 본토 출신 대학생들도 이를 참지 못하고 '독립을 주장한다면 중국 영토에서 나가라' 등의 대자보를 붙였고, 양측 간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논쟁은 중국 본토로까지 번져 홍콩 독립을 주장하는 대자보를 떼어낸 여학생은 본토에서 영웅이 됐지만,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며 이 여학생을 비판한 한 본토 출신 학생은 관영매체 글로벌 타임스의 비판까지 받자 자신의 행동을 사과하기도 했다.






중문대 학생회는 성 총장의 성명을 즉각 비판하고 나섰다.

학생회장 저스틴 오는 "대학 당국이 대자보를 강제로 떼어낸다면 우리도 표현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학생들과 소통하려 하지 않고 대학 내 자기검열을 도입하려고 한다면, 이는 중국의 앞잡이에 지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에 맞서 홍콩 내 10개 대학 총장들은 성 총장의 편을 들면서 "표현의 자유는 소중하지만, 그것을 남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자유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며, 우리는 홍콩 기본법에 어긋나는 홍콩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문대 학생회는 대학 당국이 대자보를 떼어내는 것을 막기 위해 민주주의의 벽 주변에서 철야 농성을 시작했다. 학생회는 장기 농성도 각오하고 있다면서 학내 표현의 자유를 반드시 사수하겠다고 밝혔다.

ssah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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