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우 아버지 "아들 덕에 행복하게 잠든다"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16일 오전, 문자 메시지를 확인한 김민우(22·한화 이글스)는 표현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발신자는 아버지 김재수(48) 씨였다.
"아들, 오늘 아들 덕에 행복하게 잠든다."
16일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민우는 "내가 잠든 후에 아버지께서 문자 메시지를 보내셨다. 아침에 일어나서 아버지 문자를 확인한 뒤, 울컥했다"며 "아버지와 내가 경상도 출신이어서 대화를 잘 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문자를 보내셨다"고 웃었다.
무뚝뚝한 아버지도 긴 재활을 이겨내고 1군 마운드로 돌아온 대견한 아들에게 뭔가를 표현하고 싶었다.
한화 더그아웃에서도 "김민우가 참 대견하다"는 말이 오갔다.
김민우는 1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넥센 히어로즈와 방문 경기에 4-4로 맞선 7회 초 등판해 1⅓이닝을 1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았다.
등판만으로도 의미가 컸지만, 결과는 더 좋았다. 이날 김민우는 최고 시속 147㎞의 빠른 공을 던졌다.
2015년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한화에 입단한 김민우는 첫해 36경기에 등판해 1승 3패 평균자책점 5.14를 올리며 유망주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2016년 5월 1일 대전 삼성 라이온즈전 이후 어깨 통증을 느꼈고, 긴 재활에 돌입했다.
어깨 통증에서 벗어난 뒤에는 손가락 혈행장애를 앓았다.
올해 6월부터 3군 경기 등에서 마운드에 선 김민우는 퓨처스리그 5경기에서 10⅔이닝(10피안타 5실점 4자책, 평균자책점 3.38)을 던지며 재활에 속도를 냈다.
시속 140㎞대 직구 구속을 회복한 그는 정규시즌 말미에 1군 복귀에 성공했다.
500일의 시간을 1군 마운드만 그리며 보냈다.
김민우는 "신인 때 처음 1군 경기에 나섰을 때는 설레는 기분만 있었다. 그런데 재활을 잘 마치고 돌아와 던진 어제는 정말 많은 감정이 오갔다.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며 "경기 뒤에 시속 147㎞를 던졌다는 얘길 듣고 정말 기뻤다. '500일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상군(55) 감독대행은 "김민우가 마운드 위에서 밝은 표정으로 잘 던졌다. 나도 기분이 이상했다"며 "재활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니 관리를 잘해야 한다. 그러나 올 시즌이 끝나기 전에 한 차례 이상 선발 등판할 기회를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선발 등판 기회가 있을 것'이란 말을 전해 들은 김민우의 표정이 더 밝아졌다.
하지만 김민우는 "어떤 보직이든 1군에서 던지는 것만으로도 좋다. 올해 남은 기간 열심히 훈련하고 내년, 내후년에는 더 좋은 투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jiks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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