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자협회-KIST 세미나서 발표
(완주=연합뉴스) 신선미 기자 = 최근 수년간 탄소 나노 소재는 세계 공학계의 집중적 관심을 받아 왔다. 이런 소재 중 내부가 비어 있는 탄소원자 나노구조인 '풀러렌'과 평면으로 배치된 탄소원자들의 얇은 막인 '그래핀'의 연구는 각각 1996년 노벨화학상과 2010년 노벨물리학상 수상 업적이 됐다. 또 다른 탄소 나노 소재인 '탄소나노튜브'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되는 것도 이제는 '시간 문제'로 꼽힌다.
전북 완주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전북분원에서는 그래핀을 응용해 다양한 소재를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 15일 KIST는 이 곳에서 한국과학기자협회와 공동으로 주최한 세미나에서 연구 현황을 소개했다.
KIST 전북분원의 그래핀 기반 신소재 연구자들은 특히 방사선 차폐 분야에서 이런 소재가 보일 수 있는 잠재력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평면 소재인 그래핀을 구성하는 탄소(C) 원자를 붕소(B)와 질소(N) 원자로 치환한 '화이트 그래핀'에 관심이 쏠린다. 화이트 그래핀에 있는 붕소는 방사선 중 투과력이 가장 강력한 '중성자선'을 막아 주므로, 방사선 차폐용 코팅재로 유용하다.
김명종 박사 연구팀은 올해 초 화이트 그래핀을 만드는 간단한 공정을 개발했다.
니켈 기판을 붕소와 질소로 이뤄진 고분자(보라진 올리고머·borazine oligomer) 용액으로 코팅하고 1천℃의 열을 가한 것이다. 이때 니켈이 촉매로 작용하면서 화이트 그래핀을 만든다.
이 방법으로 화이트 그래핀을 얼마든지 대(大)면적으로 생산할 수 있으며, 고가의 진공 장치도 필요 없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
이날 세미나에서 발표를 맡은 양철민 박사는 KIST 전북분원의 연구 분야 중 방사선을 막아주는 '보론 나이트라이드 나노튜브(BNNT)' 소재를 주목받는 기술로 소개했다.
BNNT는 붕소와 질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연결돼 '튜브' 구조를 이룬 소재다.
탄소 원자만으로 구성된 탄소나노튜브는 전기가 잘 통하는 것과 달리, BNNT는 전기가 통하지 않는 '절연성'을 가진다. 또 열전도도가 높으며 900℃의 고온에서도 타지 않고 견딘다.
아울러 BNNT에 포함된 붕소 덕분에 방사선 차폐 기능도 있다. 이로 인해 원자력 분야와 원전사고 시 재난대응은 물론, 우주복 소재 등 우주항공 분야에서 널리 쓰일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KIST 연구진은 지난 2014년부터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업무협약을 맺고 소재 개발을 진행한 결과 이중벽 BNNT를 합성해 한국과 미국 특허로 각각 출원하는 성과를 냈다.
공동 연구진은 우주복 소재로 쓸 수 있게 BNNT를 섬유화하는 공정도 개발 중이다.
이상현 박사는 "현재 우주복은 여러 물질을 적층하는 형태라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두껍고 5kg 이상으로 무거운데, BN(보론 나이트라이드) 소재를 이용하면 우주복을 실제 옷처럼 가볍고 얇게 제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s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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