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우리는 모든 업무에서 정보를 사용하고 수집하고 공유하는 국가 안보 및 사법기관이다"(제임스 코미 전 국장).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16일(현지시간) 직원 채용 안내 홈페이지의 첫 화면에 제임스 코미 전 국장의 발언을 실었다.
기관을 소개하고 지원을 독려하는 직원 채용 안내문은 현직 기관장이 하는 게 통상적이다.
코미 전 국장이 트럼프 대선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수사하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전격 해임된 게 지난 5월이다.
게다가 후임인 크리스토퍼 레이 국장이 청문회를 거쳐 공식 업무를 시작한 지도 한 달이 넘었다는 점에서 FBI의 '결정'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코미 전 국장은 올해 초 상원 사법위원회의 FBI 감사 현장에서 FBI를 묘사하며 이렇게 말했고, 2013년 취임 이후 여러 자리에서 이 표현을 즐겨 사용했다고 의회 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직원 채용 홈페이지의 다음 장에는 코미의 다른 글이 인용됐다. "삶을 잘 사는 것은 삶을 영위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다. 그것은 돈이 아니라 여러분이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을 하는 것이다. 바로 도덕적으로 일한다는 뜻이다"라는 문장이다.
코미 전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마이클 플린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수사를 둘러싼 트럼프와의 갈등으로 해임됐다.
백악관은 해임 당시 "코미는 FBI 직원들로부터 신망을 잃었다"고 주장했으나, 앤드루 매케이브 국장 대행은 다음 달 상원 청문회에 나와 "코미는 FBI 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고 있었으며,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FBI 내부의 평가와는 달리 코미 전 국장은 지난 대선을 송두리째 뒤흔든 장본인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는 대선을 불과 열흘여 앞둔 작년 10월 말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아킬레스건인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결정을 내려, 트럼프 후보에게 유리한 국면을 조성한 게 아니냐는 지탄을 받았다.
클린턴은 지난 13일 대선 회고록 출간에 즈음해 출연한 CNN방송에서 대선 가도에 찬물을 끼얹은 재수사 결정에 대해 "그(코미)가 역사를 영원히 바꿨다"고 비판했다.
그는 회고록에서 "만약 재수사 결정이 없었다면 모든 것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패배 책임을 코미 전 국장에게 돌리기도 했다.
k0279@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