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반군 점령 마라위 재건에 1조1천억 원 들 것" 발언도
(자카르타=연합뉴스) 황철환 특파원 = '마약과의 유혈전쟁'을 벌여 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10대 청소년 피살사건 증가를 비판한 필리핀 국가인권위원회(CHR)에 "소아성애자냐"며 막말로 응수해 논란이 일고 있다.
17일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필리핀 남부 다바오에서 한 연설에서 치토 개스콘 인권위원장을 지칭해 "왜 이 사람은 그렇게 젊은이들, 특히 소년들과 관련된 사안에 매몰돼 있느냐"고 말했다.
그는 "당신은 10대를 왜 그렇게 좋아하느냐. 나는 의구심을 갖게 됐다. 당신 동성애자나 소아성애자 아니냐"고 말했다.
이어 "왜 이 나라를 괴롭히는 다른 문제들에 대해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느냐"면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있고, 일부는 심지어 10대이지만 이는 우리가 (마약과의 전쟁을) 멈춰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우린 멈출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발언은 마약과의 유혈전쟁으로 초법적 처형이 확산하면서 10대들이 경찰이나 괴한에 살해되는 사건이 잇따르게 됐다는 인권위의 비판에 대한 대응으로 여겨진다.
필리핀 북부 칼로오칸 시에서는 지난달 16일 고교생 키안 로이드 델로스 산토스(17)가 마약 단속 경찰에 의해 사살됐다. 같은 달 17일에는 마닐라 북부에서 칼 안젤로 아르나이즈(19)가 경찰의 총에 맞아 숨졌다.
경찰은 이들이 총기를 들고 저항해 사살했다고 발표했지만, 조사결과 모두 경찰이 일방적으로 총을 쏜 사건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필리핀 국가인권위와 국내외 인권단체들은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사범을 사살했다가 형사책임을 지는 경찰을 사면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묻지마식' 처형을 부추긴 탓에 무고한 미성년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필리핀 하원이 인권위의 내년도 예산을 1천 페소(2만2천 원)로 의결한 조치를 두둔하기도 했다.
애초 필리핀 국가인권위는 17억2천만 페소(약 380억 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을 정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정부는 이를 6억7천800만 페소(약 149억 원)로 대폭 삭감했고, 필리핀 하원은 지난 12일 이를 재차 1천 페소로 줄여 의결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하원이 인권위의 예산을 삭감한 결정을 되돌리길 원치 않는다면 이 돈을 경찰 장비 구매에 쓰면 어떠냐"면서 "6천만 페소라면 경찰관들의 몸에 24시간 작동하는 카메라를 부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두테르테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이슬람 반군과의 교전으로 폐허가 된 필리핀 남부 마라위 시의 재건에 500억 페소(약 1조1천억 원) 이상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필리핀 정부군은 민다나오 섬 마라위 시를 점령한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추종 반군과 넉 달째 교전을 벌여왔으며, 지난 16일 마라위 시내의 이슬람 사원 등 반군 핵심 거점 두 곳을 탈환하는 데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hwangc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