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모래 밀반출 막으려고 뜬눈 감시…한밤 추격전도
(태안=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충남 태안군 원북면에 있는 신두리 해안사구(천연기념물 제431호) 인근 주민들이 개발업자들의 모래 밀반출 저지에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17일 태안군과 신두리 주민들에 따르면 전날 새벽 신두3리 주민 김모(58·여)씨가 마을 인근 공사현장의 덤프트럭이 오가는 소리를 듣고 이웃에 이 사실을 알렸다.
이 지역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해안사구에 인접한 곳이어서 모래 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곳이다.
연락을 받고 한걸음에 달려 나온 주민들은 외부로 나가는 덤프트럭을 뒤쫓고, 공사현장에도 나가 모래 밀반출을 감시했다.
현장에는 공사 과정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모래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일부 모래를 외부로 실어 나른 흔적도 있었으며, 모래를 싣는 데 이용한 굴착기 2대와 덤프트럭도 확인했다.
모래를 대량으로 파낸 것으로 추정되는 곳에는 거대한 물웅덩이까지 만들어졌다.
뜬눈으로 밤을 새워 모래 밀반출 현장을 살핀 주민들은 날이 밝자 태안군청 관련 부서에 전날 밤 일어난 모래 밀반출 경위를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현장 조사를 나온 공무원들은 일부 모래가 외부로 나간 흔적을 확인하고 현장 보존조치를 하는 한편 18일부터 공사 관계자들을 불러 모래 밀반출 혐의에 대한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문제가 된 공사현장은 4천900여㎡ 규모의 근린생활시설 허가를 받아 터파기 작업을 하는 곳이다.
4m 높이의 펜스를 치고 작업을 해 내부 사정을 알기 어렵게 했으나 그동안 주민들이 모래 밀반출 의혹을 수차례 제기했었다.
공사업자들이 터파기 작업에 나온 모래를 야적한 뒤 심야를 이용해 일부 모래를 밀반출하는 것으로 주민들은 보고 있다.
군에서 몇 차례 현장 확인을 거쳐 쌓아놓은 모래를 밀반출하면 관련 법규에 따라 처벌된다고 경고까지 했다.
이 지역은 양질의 모래를 반출하려고 애초 편법 공사를 하는 경우가 잦아 주민이나 행정기관에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올해 초에도 단독주택 부지 조성 허가를 받은 뒤 불법으로 토사(규사)를 외부로 반출한 업체가 적발돼 처벌을 받았다.
신두3리 주민들은 이날 긴급대책회의를 열고 감시조를 편성해 모래 밀반출 지속해서 감시하기로 했다.
공사현장 진출입로를 야간에 경운기 등으로 차단하고 건축 인·허가시 군에서 모래 반출 불허조건을 명시하도록 요구하기로 했다.
한 주민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곳의 모래를 지키기 위해 주민들이 비상연락망까지 갖춰 감시하고 있지만, 은밀하게 이뤄지는 밀반출을 잡아내기 쉽지 않다"며 "행정기관에서 좀 더 강력한 지도와 단속을 통해 모래 밀반출을 예방하고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태안군은 불법행위가 확인되면 문화재관리법이나 산지전용 및 개발행위 허가조건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 조치하고 적절한 행정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태안군 관계자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불법행위를 찾아내는 데 주민들의 감시활동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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