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학교 반대 움직임에 "배려·포용·조화 있어야 갈등 풀려"
'얼마나 행복한가' 질문에 "10점 만점에 9점"
(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가장 행복한 나라인 줄은 모르겠지만 국민의 행복을 최고로 여기는 건 틀림없어요. 포용과 연대, 조화 같은 요소가 공공행복을 위한 필수조건입니다."
'행복지수 1위' 국가인 부탄의 교육정책 최고책임자 입에서는 '공동체, 관용, 존중, 이해' 같은 단어가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상대방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만 실행이 가능한 가치다.
노부 왕축(47) 부탄 교육부 장관은 이달 14일 서울 여의도에서 한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공공의 행복에 필요한 다양한 가치를 가진 사람을 키우는 것을 교육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엔지니어, 의사, 정치인을 비롯해 각 분야 전문가를 양성할 때도 전문지식, 기술뿐 아니라 따뜻한 가슴과 공감 능력, 관용 같은 인성을 겸비한 인재를 만드는 데 힘쓴다고 소개했다.
"교육 분야 벤치마킹을 위해 한국 등 여러 나라를 둘러봤는데 기술과 지식을 심어주는 데 치중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옆의 친구와 동료를 이겨야 한다며 경쟁심리를 부추기는 사회도 적지 않았고요. 부탄의 교육체계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왕축 장관은 지난 13∼14일 서울에서 열린 '2017 세계시민교육 국제 콘퍼런스' 참석차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의 치열한 입시경쟁과 뜨거운 교육열에 대해 "한국의 학교생활이 아주 경쟁적이고 힘들다는 것을 잘 안다"며 "그러나 삶은 한 가지 길만 가야 하는 게 아니다. 항상 다른 길이 열려 있다는 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성적 경쟁 스트레스와 청소년 우울증 얘기가 나오자 "공부는 열심히 하되 성적을 너무 잘 받으려고 부담을 갖는 건 좋지 않다. 행복하게 살 길은 많기 때문에 노력해도 생각만큼 안 되면 쿨해지는 게 현명하다"고 조언했다.
최근 한국사회에서 큰 논란이 되는 장애인 특수학교 건립 반대 움직임과 사립유치원 집단휴업 사태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분명한 소신을 밝혔다.
그는 "한국 정부의 각료가 아니기 때문에 조심스럽다"면서도 "사회 갈등을 푸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용, 연민이다. 사회가 서로를 배려하고 보살펴주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탄은 문맹률이 80%에 달했다가 1980년대 교육개혁을 통해 절반 이하로 낮췄고, 젊은 세대의 문맹률은 0%에 가깝다.
인구 74만여 명에 1인당 국민소득은 3천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로 꼽힌다. 유럽 신경제재단(NEF)의 행복지수 조사(2010년)에서도 1위에 올랐다.
부탄은 1970년대 국민총행복지수(GNH) 개념을 만들었다. 4∼5년에 한 번씩 측정하는 GNH는 경제발전 척도인 1인당 GDP(국내총생산)보다 훨씬 중요하게 여겨진다. 지난해 조사에서는 조사대상의 92%가 행복하다고 느낀다고 했고, 50%는 매우 행복하다고 답했다.
왕축 장관은 "교육은 사람이 행복해지는 데 아주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행복지수에도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며 "학생들에게 혼자가 아니라 공동체 안에서 서로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정체성을 심어주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하다는 나라의 장관은 과연 행복한지, 그렇다면 얼마나 행복한지 물었다.
"물론 행복하죠. 10점 만점으로 치면 9점 정도는 됩니다. 하하하."
k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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