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결하라"며 결속력 강화 시도 …국제사회의 인종청소 비판 일축
(방콕=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슬람계 소수민족인 로힝야족을 대상으로 '인종청소'를 자행했다는 비판을 받는 미얀마군이 자신들의 행위가 극단주의 세력에 맞선 정당한 행위라고 주장하며 국민의 지지를 촉구했다.
18일 AFP통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최고 사령관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그들은 과거 단 한 번도 미얀마의 소수민족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로힝야족이라는 존재를 인정받기를 원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이번 폭력사태는 벵갈리(로힝야족이 방글라데시 이민자라는 의미로 낮춰 부르는 명칭) 극단주의자들이 라카인주에서 근거지를 구축하기 위해 꾸민 일"이라며 "이 문제는 국가적 이슈인 만큼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모두가 뭉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의 주장은 로힝야족 반군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대미얀마 항전을 빌미로 미얀마군이 로힝야족을 몰아내기 위해 인종청소를 자행한다는 국제사회의 비난을 일축하는 동시에 내부 결속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주류인 불교도들 사이에서 로힝야족 반군 소탕에 나선 군과 이를 묵인하는 민간 정부에 대한 지지세가 확산하는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미얀마 권력의 양대 축 가운데 하나인 군최고사령관이 다시 한 번 로힝야족을 불법 이민자로, ARSA를 극단주의 테러세력으로 규정하면서, 민간정부의 실권자인 아웅산 수치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미얀마군에 의한 인종청소 주장을 조작된 정보에 기반을 둔 '가짜 뉴스'라고 규정했던 수치는 19일 TV로 생중계될 국정연설에서 '진실'을 밝히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방글라데시와 국경을 맞댄 미얀마 라카인주(州)에서는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주류인 아라칸인(불교도)과 영국이 쌀농사에 투입할 값싼 노동력 확보를 위해 유입시킨 소수인 벵갈리(이슬람교) 간 갈등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영국령 미얀마를 침공한 일본이 지배세력 공백을 틈타 이슬람교도를 무자비하게 탄압했고, 영국이 반일 감정을 가진 로힝야족 의용군을 무장시켜 영토 재탈환에 앞장을 세우면서 양측은 본격적인 유혈충돌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당시 영국군이 무장시킨 로힝야족 의용군은 일본군과 싸우는 대신 일본군에 협조적이었던 불교도를 학살하고 불교 사원과 불탑을 파괴했다. 이후에도 두 종교집단 간의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1982년 쿠데타로 집권한 네윈의 군부는 '국적법'을 제정해 8대 민족과 135개 소수민족에 국적을 부여하면서, 로힝야족을 국적 부여 대상에서 제외했다.
2012년에는 로힝야족의 불교도 여성 집단성폭행 사건으로 촉발된 유혈충돌로 200여 명이 사망하는 등 주류인 불교도와 소수인 이슬람교도간 갈등은 끊이지 않았다.
최근의 유혈사태는 지난해 10월 ARAS의 전신인 '하라카 알-야킨'(Harakah al-Yaqin, 믿음의 운동)이 경찰 초소를 습격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9명의 경찰관이 살해되자 미얀마군은 대규모 병력을 투입해 몇 달간 토벌작전을 벌였다.
유엔과 인권단체는 미얀마군이 토벌 과정에서 민간인까지 학살하고 방화와 성폭행, 고문 등을 일삼으면서 '인종청소'를 시도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당시 8만7천여 명의 로힝야족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그러나 미얀마 정부는 이런 주장을 부인해왔으며, 유엔이 구성한 국제 조사단의 활동도 불허하고 있다.
또 미얀마군은 지난달 초 라카인주 산악 지대에서 불교도인 소수민족 남녀 3쌍이 숨진 채 발견되자, 또다시 ARSA를 배후로 지목하고 수백 명의 군인을 보내 토벌작전을 벌였다.
이런 차에 ARSA가 지난달 본격적인 대미얀마 항전을 선포하고 30여 개 경찰 초소를 급습하자, 미얀마군은 이 단체를 테러집단으로 규정하고 대대적 군사작전에 들어갔다. 이후 발생한 사망자만 400여명, 국경 이탈 난민은 40만명을 넘어섰다.
유혈충돌을 피해 국경을 빠져나온 로힝야족 난민들은 미얀마군이 무차별 총격을 가하고 마을에 불을 질러 자신들을 내몰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ARSA 반란군들이 민간인을 죽이고 방화를 자행했다고 반박해왔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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