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北 동시견제에 역사해석 변경 '14년 항일전쟁' 강조 목적도
(상하이=연합뉴스) 정주호 특파원 = 중국군이 중일전쟁 발발시점으로 보는 18일 만주사변 기념일에 맞춰 러시아 해군과 동해에서 해상 합동훈련에 들어갔다.
중국군망 등에 따르면 지난 16일 동해에 진입한 중국 해군 함정들이 이날부터 26일까지 러시아 군함들과 동해와 오호츠크해에서 중러 '해상연합-2017' 2단계 훈련을 시작한다.
훈련은 18일부터 21일까지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근해에서, 22일부터 26일까지는 오호츠크 해역에서 각각 진행된다.
중국의 051C형 미사일구축함인 스자좡(石家莊), 프리깃함 다칭(大慶), 보급함 둥핑후(東平湖)가 참여하는 이 훈련에서 양국 해군은 잠수함 구조, 대공·대잠 방어, 연합 구조 등의 훈련을 할 예정이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을 견제하고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를 겨냥한 무력시위라는 관측과 함께 만주사변일을 훈련 기점으로 잡은 점에 비춰 일본을 노린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당국은 1931년 9월 18일 선양(瀋陽) 류탸오후(柳條湖) 부근에서 일본군이 건설 중이던 남만 철도의 폭발로 시작된 만주사변을 항일전쟁 발발 시점으로 보는 역사해석 변경을 추진 중이다.
기존의 기점이었던 1937년 노구교(盧構橋) 사건보다 6년을 거슬러 올라가 항일전쟁이 14년간 이어졌다는 해석이다.
9월18일을 '국치일'로 간주하는 중국은 이번 훈련을 계기로 바뀌어진 항일전쟁 역사해석을 대대적으로 알리고, 19차 당대회를 앞두고 항전사에서 공산당의 역할을 강조하려 하고 있다.
2012년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영유권 분쟁으로 양국 관계가 극도로 악화됐을 당시 만주사변 기념일에 맞춰 중국 전역에서 대규모 반일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중국의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군 입장에서는 이번 훈련은 86년전 만주사변 당시 일본 관동군이 장쉐량(張學良·1898∼2001)의 북대영(北大營)을 포격한 것에 대한 회답"이라고 전했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번 훈련이 제3국과는 무관하다고 했지만 훈련 시점이나 지점으로 미뤄봤을 때 일본을 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는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특히 2차 대전 당시 일본이 중국과 러시아의 공동의 적이었고 지금까지도 중국과 러시아가 각각 일본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양국의 전략적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중러 양국은 지난 7월 22∼27일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양기구(나토)가 대치하는 발트해에서 1단계 해상연합훈련을 한 바 있다.
아울러 처음으로 일본의 북방 관문인 오호츠크해를 양국군 훈련지로 택하고 첫 잠수함 구조훈련에 처음으로 여러 병종, 기종, 함종이 어울린 합동 대잠훈련을 벌이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중국 군사과학원 판신마오(潘新毛) 연구원은 "잠수함 구조는 시간의 긴박성, 기술난이도, 보안도 측면에서 가장 복잡하고 위험한 해상훈련"이라며 "양국군의 전략적 협력이 긴밀해지고 기술적 협조도 한층 심화됐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하지만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사회)의 새 대북제재 이후 북한이 첫 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긴장 정세가 악화하는 가운데 이뤄진 이번 훈련은 한국과 미국의 사드 배치와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도 동시 견제하는 목적을 갖고 있다는데 무게가 실린다.
이밖에 중국의 해군훈련함 척계광(戚繼光)함이 전날 549명을 태우고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항을 출항,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리랑카, 태국 등을 방문하는 원양 실습훈련에 나갔다.
태평양과 인도양, 대서양의 11개 해구와 8개 해협 및 운하를 지나게 된다. 만재배수량 1만t급의 척계광함은 중국이 독자 건조한 최신형 훈련함으로 지난 2월 취역했다.
함명의 인물 척계광(1528∼1588)은 명(明) 말기의 장수로 왜구의 침입을 물리치는데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중국인들에게 항일 민족영웅으로 숭앙되는 인물이다.
jooh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