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허' 전차경주 명장면 무대에…2분 위해 슈퍼카 2대값 썼죠"

입력 2017-09-18 10:57   수정 2017-09-18 13:50

"'벤허' 전차경주 명장면 무대에…2분 위해 슈퍼카 2대값 썼죠"

'벤허' 왕용범 연출-이성준 음악감독 인터뷰…"'神 3부작'에 도전 중"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지난달 24일 개막한 창작 뮤지컬 '벤허'는 연출가 왕용범(43)과 음악감독 이성준(36)이 평단과 관객 양쪽의 호평을 받은 '프랑켄슈타인'(2014) 이후 3년간의 고심 끝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의 성공에 따른 부담도 컸지만, '벤허'라는 원작이 지닌 무게감이 장고를 거듭하게 했다.

'벤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11개 부문의 상을 휩쓴 찰턴 헤스턴 주연의 동명 영화(1959)로 대중들에게 널리 각인된 초유의 거작이다. 특히 관중의 함성과 말발굽 소리만으로 당대 최고의 스펙터클을 선사한 15분의 전차경주 장면은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 장대한 스케일과 스펙터클, 서사를 어떻게 무대라는 한정된 공간에 풀어낼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표가 개막 전까지 '뮤지컬 벤허'를 늘 따라 다녔다.

그리고 드디어 그 베일을 벗은 '벤허'는 영리하게 원작의 무게를 극복해냈다는 평가를 대체로 받고 있다. 영화의 장대함과 박진감을 감성적이고 상징적인 연출로 풀어냈다.

18일 공연이 열리고 있는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에서 만난 왕 연출과 이 감독은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며 "그러나 '벤허'만이 가진 특별한 이야기를 꼭 무대 위에 올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의 하이라이트로 전차경주 장면이 꼽히지만, 이들은 뮤지컬의 방점을 '이야기'에 찍었다. 실제 많은 관객이 화려한 전차경주와 해상 전투장면보다 벤허가 메시아와 함께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장면을 가장 인상적인 장면으로 꼽고 있다. 그 언덕에서 고통과 원망으로 울부짖던 벤허는 피투성이가 된 메시아에게 '용서하라'는 말을 듣는다.

"주변에서는 이야기나 주제 의식보다는 스펙터클 구현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았어요. 그렇지만 전 되물었죠. '이야기가 희미해진다면 굳이 제가 왜 벤허를 해야 합니까?' 라고요. 스펙터클에 집중하려면 3D 영화관에서 가서 액션 히어로 작품을 보는 게 최고죠. '벤허'만이 가진 특별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복수란 무엇인가, 싸워 이기는 경쟁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1등을 성취하고 난 뒤 느끼는 허무함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묵직한 질문을 던져 보고 싶었습니다."(왕 연출)

"어렸을 적 얼핏 본 '벤허'는 사실 주인공과 친구 '메셀라'의 갈등, 멋진 전차 장면 정도로밖에 기억에 남아 있지 않아요. 그런데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다시 본 영화 '벤허'의 매력은 전차경주 장면이 전혀 아니더라고요. 벤허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마음을 전달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자 했습니다."(이 음악감독)

영화와 이야기 얼개는 같지만 매력은 다르다. 영화 속 짙은 종교적 색채를 덜어냈고, 장엄한 볼거리는 아이디어와 감성적인 연출로 대신했다.

전차경주 장면이 대표적이다. 관절과 뼈대가 드러나는 여덟 마리의 말 인형이 무대 위를 달리는 가운데 무대를 둘러싼 스크린에는 원형 경기장 홀로그램 영상을 빠르게 돌려 속도감을 살렸다.






해상 전투장면의 경우 영상 스크린으로 함선 외부의 전투 모습을, 경사진 무대 장치를 통해 함선 내부의 모습을 그리는 전략을 택했다. 벤허가 로마 장군 퀸터스를 살리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장면도 실제 수중 촬영 영상으로 담아냈다.

"전차경주 장면은 단 2분짜리예요. 그 장면에만 슈퍼카 두 대 값, 6억원이 들었죠. 생물학 박사들에게 자문을 구해 말의 실제 움직임을 구현했어요. 수중 촬영도 20번 이상 같은 장면을 찍어 완성한 거죠. 처음부터 쉽게 가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영화만큼의 스펙터클이 보이지 않아도 관객분들이 충분히 쾌감을 느낄만한 장면들이 많다고 자부합니다."(왕 연출)

다채로운 음악도 이야기에 힘을 더한다. 이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메셀라의 심리가 잘 담긴 '나 메셀라', 지하 무덤 카타콤에서 재회한 벤허와 연인 '에스더'의 이중창 '카타콤의 빛', 벤허의 고뇌가 담긴 '골고다' 등이 인상적이다.

이들은 이미 '프랑켄슈타인', '벤허'를 잇는 또 다른 창작 뮤지컬도 준비 중이다. 왕 연출은 "'신 3부작'을 완성해보고 싶다"며 "'프랑켄슈타인'이 신이 되고 싶었던 인간에 관한 이야기, '벤허'가 신을 만난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면 세 번째 작품은 신을 죽여야만 하는 인간에 관한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창작 뮤지컬 제작과 투자를 위해 인터파크가 지난해 설립한 뉴컨텐츠컴퍼니가 향후 작품에도 투자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왕 연출과 이 감독은 "세계인을 감동시킬 만한 한국 창작 뮤지컬을 꼭 한번 만들어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성공 그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이렇게 하면 관객들이 좋아할 거야' 하는 순간 관객들은 더 멀리 도망가더라고요. 제 진심,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다 보면 정말 사랑받는 뮤지컬도 탄생할 것이라고 기대합니다."(왕 연출)

공연은 오는 10월 29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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