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의탁 독신 고령자·월 소득 18만엔 이하 가난한 사람 대상
사망시 구급대·병원에서 연락하면 시·장의업체가 사후처리 진행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 가나가와(神奈川) 현 요코스카(橫須賀)시가 무의탁 고령자의 장례와 납골(納骨) 지원 서비스를 시작해 일본 전국 지자체의 주목을 받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요코스카시는 2015년부터 "엔딩 플랜 지원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은 고령자가 장례와 납골할 곳을 죽기 전에 미리 장의업자와 계약해 장례비용을 맡기도록 시가 주선해 주는 서비스다. 비용은 25만 엔(약 250만 원) 정도다.
계약이 이뤄지면 시와 장의사의 연락처가 기록된 등록카드가 발급된다. 본인이 사망하거나 할 경우 구급대원이나 병원 등이 등록카드에 적힌 번호로 연락하면 시와 장의사가 사후처리를 맡는다.
서비스 대상자는 사후 의탁할 곳이 없는 사람으로 제한한다. 월 소득 18만 엔(약 180만 원) 정도까지로 제한하며 예·저금액이 225만 엔(약 2천250만 원) 이하인 사람이 대상이다.
요코스카시에 사는 79세의 한 남성은 15세 때 가출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아버지가 데려온 계모와 잘 맞지 않아서다. 이후 가족과 소원해져 형제들이 사는 곳도 모른다. 결혼도 하지 않아 의탁할 곳이 없다. 어판장과 식당, 비즈니스호텔 등을 전전하며 일했지만, 병으로 입원한 적도 있고 하다 보니 저축도 거의 없다. 나이가 들면서 죽음을 의식하게 되자 무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러던 차에 요코스카시의 '엔딩 플랜 지원사업'을 알게 돼 올봄 시청을 찾아 "묘를 쓸 곳이 없다"며 상담했다. 지금은 이 서비스 대상자로 선정돼 장의업자와 계약하기 위해 열심히 돈을 모으고 있다. 그는 "얼른 돈을 모아서 죽기 전에 장의업자와 사후처리 계약을 해 안심하고 여생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요코스카시가 이 사업을 시작한 건 사후처리를 맡아줄 무의탁 유골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코스카시 복지부 관계자는 "옛날에는 신원불명자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신원이 확인되더라도 맡아줄 사람이 없는 유골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말했다. 신원은 확인되지만 맡아줄 사람이 없는 유골 수는 1999년에 두 자릿수가 된 이후 계속 증가추세다. 2014년에는 57기에 달했다.
맡을 사람이 없는 시체는 시가 20만 엔(약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들여 화장한 후 납골당에 보관하지만, 자치단체가 종교 행위를 할 수 없어서 제사나 음식물 공양 같은 건 일절 없다. 죽은 사람 중에는 장례비를 모았거나 공양을 원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자치단체가 사후 이들의 예·저금을 인출할 수도 없다. "사전에 누군가가 그런 이야기를 들었다면 본인이 희망하는 형식으로 뭔가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서 이 사업이 시작됐다.
맡을 사람이 없는 유골은 다른 지자체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오사카(大阪)시가 합사(合祀)한 유골은 2005년 1천44기에서 작년에는 2천156기로 늘었다. 요코하마(橫浜)시가 접수한 유골도 2008년 691기에서 작년에는 1천123기로 증가했다.
요코스카시의 엔딩 플랜 지원사업은 전국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시 관내가 아닌 지역 거주자가 이용을 희망한다며 연락해 오는가 하면 다른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시찰이 잇따르고 있다. 가나가와 현 야마토(大和) 시는 작년부터 같은 사업을 시작했고 지바(千葉) 현 지바(千葉) 시도 준비를 추진하고 있다.
여생을 더 잘 보내기 위해 장례와 묘, 유언이나 유산상속 등을 건강할 때 미리 준비해 두자는 의미의 "슈카쓰(終活)" 문제에 밝은 고다니 미도리 다이이치(第一)생명경제연구소 연구원은 "가난한 독신 고령자가 늘고 있어 맡을 사람이 없는 유골은 더는 특수한 사례가 아니며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요코스카시가 하고 있는 사업은 가족이 없고 가난하더라도 스스로 사후처리를 결정할 권리를 얻을 수 있는 제도"라면서 "가난한 고령자는 고립되기 쉬워 공적인 지원밖에 기대할 수 없는 사람이 많은 만큼 지자체가 이 사업에 나선 건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lhy5018@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