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힝야족 비극'에 한국 등 외국 대기업은 관계없나?

입력 2017-09-18 17:15  

'로힝야족 비극'에 한국 등 외국 대기업은 관계없나?

군부정권 개발·수탈정책 가속화와 이해관계 뒤얽혀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미얀마군의 '인종청소'로 비난받는 로힝야족 비극의 배경으로 종교·인종 갈등이 주로 거론된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군부정권의 개발·수탈 정책도 중요 원인이며 여기엔 한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들의 이익도 뒤얽혀 있다고 호주 뉴캐슬대학 제이슨 폰 메딩 박사 등 3명의 호주 뉴캐슬대학 학자가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배경에 영국과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탈과 식민지 운영의 후유증, 북서부 라카인주(州) 다수민족(불교도)과 소수인 로힝야족(이슬람교) 간 뿌리 깊은 인종적·종교적 갈등이 자리잡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폰 메딩 박사 등은 국제 비영리 언론기관인 컨버세이션(Conversation)에 최근 공동 기고한 글에서 이와 함께 좀 더 근본적인 정치·경제적 맥락도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우선 미얀마에서 토지 수탈과 몰수가 오래전부터 광범위하게 자행됐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르면, 1990년대부터 군부정권과 퇴역 군인 등이 미얀마 전국에서 '개발' 프로젝트 미명 하에 농민과 소지주들로부터 땅을 빼앗아 왔다.

군기지 확장, 자연자원 탐사와 채굴, 대규모 영농 사업, 인프라와 관광 시설 건설 등 각종 명목으로 엄청난 땅을 몰수 내지 강제 수용했다. 서슬퍼런 군부정권은 공짜로 또는 헐값에 수용한 뒤 개발이익을 권력자와 소수기업이 나눴고 많은 주민이 국경 지대로 강제 이주됐다.






이런 개발과 수탈은 대체로 미얀마 전국에서 이뤄졌고 인종을 가리지 않았으나 주로 소수민족 거주지역에 집중됐다. 로힝야족뿐만 아니라 카친족, 샨족, 카렌족, 친족, 몽족 등은 살기 어려워 다시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 인도, 태국으로 스며들거나 보트피플이 되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호주 등으로 흘러갔다.

주변국들은 오래전부터 미얀마의 풍부한 자원에 눈독을 들여왔다. 1990년대 이래 중국 기업들이 미얀마 북부 카친주의 숲, 강, 광산을 개발하는 과정에 군사정권과 카친독립기구(KIO)를 비롯한 무장세력들과의 유혈분쟁이 벌어져 왔다.

2011년 미얀마는 정치·경제 개혁을 내걸고 외국인 투자에 문을 열었으며, 토지 관리와 분배에 관한 법규 등을 재정비했다. 폰 메딩 등은 이런 정책으로 대기업들이 토지 수탈에 따른 이익을 더욱 누릴 수 있게 됐다며 "예컨대 포스코대우 같은 외국기업이 미얀마 정부와 계약을 맺고 활발하게 진출"하게 해줬다고 밝혔다.

미얀마에서 농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한 포스코대우는 라카인주 이아욱퓨 시(市)에선 가스터미널을 지으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고 보상금을 너무 적게 줬다는 비난을 주민들로부터 받고 있다.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산하 공익법률상담소(CLEC)는 이들 주민을 대리해 대우 측에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특히 라카인주의 경우 중국, 인도, 방글라데시 등에도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하며 중국과 인도의 송유관 건설공사와 석유 및 가스 개발, 도로건설 등 굵직한 사업들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이다.

폰 메딩 등은 외국인 자본 투자 허용 이듬해부터 로힝야족에 대한 미얀마군과 불교도의 공격이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이보다는 좀 덜하지만 카렌주의 무슬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외국 자본 진출과 개발 본격화로 수탈과 저항, 탄압의 규모 및 강도가 매우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취약한 지역과 해당 지역 소수 인종이 겪는 고통이 가장 크며. 특히 로힝야족의 경우 국적조차 인정되지 않아 아무 보호도 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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