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차 당 대회 후 '기율위-정법위' 권력투쟁 관측도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의 퇴임설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그 후임으로 리잔수(栗戰書·66)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유력하다고 홍콩 명보가 18일 보도했다.
명보에 따르면 다음 달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왕치산이 물러날 경우 시 주석의 또 다른 핵심 측근인 리잔수 주임이 그 뒤를 이을 것이라는 관측이 베이징 관가에서 힘을 얻고 있다.
올해 66세인 리 주임은 허베이(河北)성에서 지하당원으로 활약했던 혁명 열사의 자제로, 그의 가족은 시 주석의 모친과도 인연이 깊은 것으로 전해졌다.
리 주임 본인도 시 주석이 허베이성 현 위원회 서기로 재직할 당시 함께 일해, 시 주석의 옛 직계 부하를 뜻하는 '시자쥔'(習家軍)으로 분류된다.
리 주임은 허베이·산시(陝西)·헤이룽장(黑龍江)·구이저우(貴州)성 등에서 당 위원회 서기와 성장 등을 역임한 후 2012년 당 중앙판공청 주임으로 임명돼 시 주석의 비서실장 역할을 맡게 된다.
그는 시 주석의 해외순방 때마다 동행해 왕후닝(王호<삼수변+扈>寧) 중국공산당 중앙정책연구실 주임과 함께 시 주석의 최측근으로 여겨진다.
또한, 전임 중앙판공청 주임으로서 후진타오(胡錦濤) 전 국가주석의 심복이었던 링지화(令計劃)의 잔당을 당에서 몰아내는 데도 앞장서 중앙기율위 서기로서 적임자라는 평판을 얻었다.
평소에도 '당의 정치 기율을 준수하자', '당에 충성을 다하자' 등의 말을 입에 달고 다는 것으로 전해졌다.
차기 중앙기율위 서기는 신설되는 '국가감찰위원회' 주임까지 겸하게 돼 이전보다 더욱 강력한 권력을 행사할 전망이다.
국가감찰위원회는 공산당원이 아닌 부패 관료에 대한 감독, 조사, 처벌 등 3개 직권과 함께 신문권, 재산몰수권, 자산동결권, 폐쇄권, 유치권 등 12개 집행권한을 가져 막강한 사정기구가 될 전망이다.
하지만 왕치산보다 카리스마가 떨어지는 리잔수 주임이 중앙기율위를 물려받을 경우 기존 정보·보안 계통과의 권력투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중국의 공안, 검찰, 법원, 정보기관 등을 총괄하는 당 중앙정법위는 시 주석이 2012년 말 집권하기 전까지 최고의 실세 기관으로 군림하고 있었다.
쩡칭훙(曾慶紅) 전 국가부주석, 저우융캉(周永康) 전 정치국 상무위원 등은 중앙정법위의 수장을 맡았을 때 당 인사 등에 관여하며 전횡을 일삼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정보·보안 계통은 국내 정치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덩샤오핑(鄧小平)의 유지를 저버린 행위였다.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시 주석은 상무위원(최고 지도부 7인)이 맡고 있던 중앙정법위 서기 자리를 한 단계 아래인 정치위원(25인)으로 격하시켜버렸다. 나아가 정보·보안 계통 간부가 저지른 부정부패 행위도 인정사정 보지 않고 엄하게 처벌했다.
이에 사정기관을 확실하게 장악했던 왕치산이 물러날 경우 중앙정법위로 상징되는 정보·보안 계통의 반격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명보는 리잔수 주임 외에 한정(韓正·63) 상하이시 당 서기, 자오러지(趙樂際) 중앙조직부장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고 전했다.
ssah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