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도 위태…전문가 "비핵화-평화체제 목표 유효"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북핵 문제 해결의 '대헌장'격인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지 19일로 만 12년이 됐다. 그러나 잠시 잠깐의 '서광'을 뒤로한 채 10년 가까이 북핵 상황이 악화일로를 달리면서 이 성명은 현재 상태로는 사실상 사문화된 것과 다름 없다.
2005년 9월 베이징(北京) 댜오위타이(釣魚臺)에서 남북한과 미·중·일·러 등 북핵 6자회담 참가국 대표들이 마라톤 협상을 벌인 끝에 나온 9·19 공동성명은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할 것과, 조속한 시일 내에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안전조치에 복귀할 것을 공약했다'는 문안을 담고 있다.
그에 대한 상응조치로 한·미·중·일·러 등 나머지 5개국은 북미·북일 관계 정상화, 대북 에너지 지원, 별도 포럼에서의 한반도 평화체제 협상 개시 등을 북한에 약속했다.
9·19공동성명에 전세계의 이목이 쏠린 것은 당연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2006년 10월 1차 핵실험을 시작으로 지난 3일까지 총 6차례 핵실험을 단행했다. 북한은 9·19 공동성명에서 약속한 비핵화에서 철저히 멀어졌고, 2009년에는 "6자회담은 영원히 종말을 고했다"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도 9·19 공동성명을 부정한 적은 없지만 성명을 도출한 6자회담 틀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이다.
6자회담이 2008년 이후 열리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국무부가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6자회담 특사 자리를 폐지할 예정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지난달 나오기도 했다. 앞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는 3월 CNN 인터뷰에서 "우리는 6자회담으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며 "이미 그것을 다 겪어봐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9·19 공동성명이 제시한 방향성은 여전히 유효하며, 향후 북핵 외교 전개 과정에서 합의의 정신을 살려 나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9·19 공동성명 채택 당시 우리 측 6자회담 수석대표였던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19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9·19공동성명의 지향점은 한반도에 핵이 없는 상태에서 평화체제 수립을 통해 상호 공존하며 시간을 두고 통일 문제를 논의한다는 것이라고 소개한 뒤 "9·19 공동성명은 그대로 살아있다"며 "다만 이행하는 방법의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여전히 9·19공동성명이 유효하다고 생각한다"며 "북한이 핵 억지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국제법적으로 핵보유국 지위를 얻는 것은 아니어서 지난 25년의 북핵 역사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9·19공동성명의 현재적 의미는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및 북미 관계 개선이라는 최종 목표상과 '공약 대 공약', '행동 대 행동'이라는 유효한 원칙을 제시한 것"이라며 "앞으로 완전히 새로운 합의를 만들기보다는 9·19공동성명의 바탕 위에서 달라진 상황을 반영해 보완하는 것이 훨씬 쉽지 않을까 하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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