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 노동자 44% "블랙리스트 있다"…해고·취업 불이익

입력 2017-09-19 11:28   수정 2017-09-19 11:46

조선업 노동자 44% "블랙리스트 있다"…해고·취업 불이익

금속노조 조사, 본인·동료 경험 37.6%…"직업선택 자유 훼손·노동 3권 무력화"

(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조선업 노동자 상당수는 자신들을 대상으로 한 '블랙리스트'가 업계 안에 존재하며 이로 인해 취업 등 각종 불이익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속노조 조선업종 비정규직 블랙리스트 실태조사연구팀은 최근 '2017년 조선업종 비정규직 블랙리스트 실태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연구팀 설문조사 결과 '블랙리스트가 있다'고 생각하는 조선업 노동자는 405명으로 전체 응답자 중 44.41%를 차지했다.

'모른다'고 응답한 사람은 412명(45.18%)이었다. '블랙리스트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노동자는 95명(10.42%)에 그쳤다.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는 이유에 대한 질문에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238명(46.1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동료가 경험했다'고 응답한 사람이 146명(28.29%)이었으며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있다'는 52명(10.08%), '본인이 경험한 적 있다'는 48명(9.30%)이었다.

직·간접적으로 블랙리스트를 접한 응답자 비율이 47.67%로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셈이다.

특히 블랙리스트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노동자는 블랙리스트 때문에 자신들이 불이익을 당했다고 생각했다.

블랙리스트 경험 대상자에게 이로 인한 불이익을 묻자 '취업에 대한 불이익'이 19명(42.2%)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 '임금, 징계 및 해고'가 7명(15.6%), '작업시간(잔업 및 특근)에 대한 불이익'이 6명(13.3%), '감시 및 현장통제'가 5명(11.1%) 등 순이었다.

자신이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이유에 대해서는 '회사의 불합리에 항의' 13명(32.5%), '노조활동'과 '노동자 권리 주장' 각각 8명(20.0%), '평소 밉보여서' 4명(10%) 등이었다.

응답자들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현대미포조선, 삼호중공업, 성동조선 등 원청업체도 블랙리스트로 조선업 노동자들에게 불이익을 줬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사고나 직업병 발생 시 산재신청을 하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의 34.89%가 '해고, 폐업, 블랙리스트에 대한 두려움'을 꼽았다.

블랙리스트에 대한 두려움은 노동자들의 단결권 또한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청노조에 가입하지 못하는 이유 1순위로 '해고와 블랙리스트'라고 응답한 노동자가 45%로 가장 높았다.

금속노조는 블랙리스트 근절 방안으로 정부 또는 국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조사, 블랙리스트를 관리하는 사업장에 대한 처벌, 강력한 처벌조항 법제화, 노동자 등이 참여한 감시기구 신설, 노동 3권의 실질적 보장 등을 촉구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19일 "현재의 블랙리스트는 전산을 통해서 기록, 관리, 축적, 갱신이 이뤄지기 때문에 쉽게 노출되지 않는다"며 "블랙리스트에 대한 공포 때문에 노동자들은 '먹고 살기 위해', '살아남기 위해' 부조리한 현실에 순응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블랙리스트 존재는 헌법 제15조 직업선택의 자유를 심대하게 훼손하고 헌법 제33조 노동 3권을 무력화한다"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명백한 인권침해, 노동권 침해, 인권유린"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사는 목포, 울산, 거제, 통영, 창원지역 조선업종 비정규직 노동자 926명을 대상으로 올 4∼6월 실시됐다.

금속노조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지난 7일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서 '조선산업 하청노동자 블랙리스트 실태조사 결과 발표 및 대안 마련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home1223@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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