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의 거장 영화 감독인 야마다 요지(86·山田洋次)가 개헌 주장을 조작이라고 비판하며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역사를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쓴소리를 했다.
야마다 감독은 19일 게재된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에 대해 "헌법이 미국에 떠밀려 만들어졌다는 난폭한 논리가 있다"며 "역사학, 헌법학상의 복잡한 논리가 필요한 문제인데도 이를 무시하고 속된 논리로 바꾸는 위험한 언론조작이 행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새 헌법이 생겼을 때 일본이 바뀌어서 새로운 나라가 될 것이라는 흥분은 당시의 시민들이라면 누구도 망설임 없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라며 "군국(軍國) 소년이었던 내게도 일본이 전쟁하지 않는 국가가 된 것은 말이 안 나올 정도의 놀라움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들 시민들은 민주주의를 잘 배워서 현명하게 사용하지 않으면 안된다"며 "그런 생각에서 아버지가 치안유지법으로 체포된 가족 이야기를 담은 '엄마', 나가사키 원폭이 주제인 '어머니와 살면'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야마다 감독은 '남자는 괴로워' 시리즈를 만든 일본의 대표적인 영화 감독 중 한 명이다. '행복의 노란 손수건', '동경가족', '황혼의 사무라이', '어머니와 살면', '남동생' 등의 영화를 만들었고 지난 2014년에는 '작은 집'으로 80대의 나이에 베를린영화제의 경쟁부문에 초청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진보적인 감독으로, 당시 베를린영화제에서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에 대해 "우리는 이런 종류의 공식적 방문에 반대해야 한다"고 비판해 화제가 됐었다.
야마다 감독은 이번 인터뷰에서 "일본은 전쟁 중 조선인과 중국인을 업신여겼다"면서 "그런 시대를 알고 있기 때문에 조선인과 중국인을 모욕하는 말을 들으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해 최근의 일본에서 횡행하는 헤이트스피치(hate speech, 특정 집단에 대한 공개적 차별·혐오 발언)를 비판했다.
그는 "과거의 전쟁에 대해 (일본의) 교과서가 비참함과 일본군의 침략 표현을 없애거나 부드럽게 기술하는 쪽으로 바꾸고 있다"며 "(일본의 젊은이들이) 간토(關東)대지진의 조선인 학살도, 과거 전쟁의 비참한 기억도 알지 못하고 있다. 한국인과 중국인들이 식민지시대에 받은 괴로운 체험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마다 감독은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반항은 젊은이들의 특권인데 지나치게 순종하고 있다"며 "주장하는 자유를 잃어버려서는 안된다"고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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