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틴계 선수들, 프렌즈 동영상 '보고 또 보고' 영어 익혀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 NBC 방송의 '프렌즈'(Friends)는 시트콤의 대명사로 통한다. 종영한 지 13년이 지났지만, 전 세계적으로 여전히 많은 팬을 거느린 문화 아이콘이다.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도 프렌즈 '덕후'(골수팬을 의미하는 신조어)가 상당하다. 미국인보다 라틴계 선수들이라는 점이 특이하다.
19일(한국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프렌즈 시리즈를 보면서 영어와 미국 문화를 익히는 선수가 한둘이 아니다.
베네수엘라 출신인 필라델피아 필리스 유격수 프레디 갈비스는 야구장에서 집에 돌아오면 프렌즈 시청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전체 10개 시리즈를 벌써 5번도 넘게 다시 봤다.
역시 베네수엘라에서 온 뉴욕 메츠 내야수 윌머 플로레스는 "아침에 일어나 TV를 틀면 넷플릭스에서 프렌즈 시리즈가 방영된다"면서 "야구장에 갈 때 껐다가 돌아와 못 본 시리즈를 마저 본다"고 했다.
프렌즈 덕분인지 플로레스의 영어 실력이 완벽에 가깝다고 미국 출신 그의 동료 제리 블레빈스는 평가한다.
중남미에서 빅리그로 온 선수들은 고국의 학교에서 기초적인 영어를 배운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하면 팀의 도움을 받아 따로 영어 과외를 받는다.
하지만 재미와 교육을 겸비한 프렌즈만 한 영어 교육 자료는 없다.
플로레스는 "교실에서 영어 기초를 배우지만, 클럽하우스에서 오가는 대화는 거리나 TV에서 온 언어"라며 생생함이 살아 있는 시트콤 프렌즈를 예찬했다.
그는 영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을 때도 좀 더 편안한 대화를 위해 프렌즈 DVD를 사서 오프 시즌 동안 열심히 시청했고 지금도 거의 매일 봐 전 시리즈를 최소 7번 이상 반복해 봤다고 한다.
플로레스만큼 프렌즈 예찬론자인 갈비스는 인기 있는 영어 문화에 엄청난 관심을 쏟으면 영어 실력을 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살아 있는 증거'라고 자신을 라틴계 후배 선수들에게 소개한다.
프렌즈 창작자 중 한 명인 마타 코프먼은 작품이 기획 의도와 달리 메이저리그 라틴계 선수들에게 영어 교육상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소식에 기뻐하면서 이 현상을 원래 심장병 치료제로 개발됐다가 나중에 발기부전 치료 등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는 비아그라에 빗대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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