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시장 "성폭력 특별법 등으로 처벌 수위 높여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최근 여성에 대한 엽기적인 성폭행 사건이 잇따르며 이탈리아가 들끓고 있다.
이에 따라 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한 특별법 제정 등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탈리아는 18일 오전 1시께(현지시간) 수도 로마의 심장부에 위치한 유명 공원에서 57세의 독일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기둥에 나체로 결박된 채 발견돼 충격을 준 데 이어 19일에는 시칠리아 섬의 동부 도시 카타니아 인근에서 한 남성이 여의사를 강간한 혐의로 체포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6세의 이 노동자는 치료를 받으러 왔다는 명목으로 연장 진료를 하는 병원을 방문한 뒤 의사를 성폭행했고, 도주 중에 반나체 상태로 경찰에 체포됐다고 ANSA통신은 보도했다.
이에 앞서 이달 초에도 로마 중심가 테르미니 역 부근에서 한밤에 방글라데시 출신 난민이 핀란드 여성을 성폭행하는 범죄가 일어나고, 피렌체에서는 미국 여학생 2명이 이탈리아 경찰에게 강간을 당했다고 신고하는 등 최근 외국인 여성을 겨냥한 강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
또, 지난 달 말에는 동부의 유명 해안 도시 리미니에서 폴란드 20대 여성 관광객이 아프리카 출신 난민과 이민자 2세 등 4명에게 집단으로 성폭행을 당하고, 이를 말리던 이 여성의 남자친구는 구타를 당해 병원에 입원하는 사건이 일어나 이탈리아 전역이 들끓기도 했다.
비르지니아 라지 로마 시장은 로마의 '응접실'로 불릴 만큼 로마 시민들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는 보르게세 공원에서 독일 여성을 상대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비롯해 최근 끝없이 이어지고 있는 성폭력 범죄를 비난하며 "이탈리아는 '검은 9월'을 보내고 있다"고 개탄했다.
라지 시장은 "이런 비열한 행위는 용인할 수 없으며, 즉각적인 대응책이 필요하다"며 "성범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높이는 특별법 제정 등을 포함해 정부가 즉시 개입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로마시의 경우 시내에 이미 설치된 CCTV 4천 개에 더해 50만 유로(약 6억7천만원)를 들여 CCTV 150개를 추가로 설치하고, 야간 조명을 밝게 개선하는 방안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또, 밤 늦게 이동하는 여성들에게 택시비를 깎아주는 정책과 함께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한 학교 교육 도입, 성차별적 광고 금지 등의 조치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서유럽에서 남성 우월주의가 가장 팽배해 있다는 오명을 안고 있는 이탈리아에서는 여성을 겨냥한 스토킹, 살해 사건 등 강력 범죄가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탈리아에서 남성에 의해 살해된 여성 수도 총 120명에 이른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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