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위원 "삼중수소 배출 문제부터 해결해야"…공은 정부로
하나로 가동 중단 장기화로 피해 눈덩이
(대전=연합뉴스) 박주영 기자 = 대전 한국원자력안전연구원에 있는 '하나로' 원자로의 재가동 여부가 안갯속이다.
재가동 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시민검증단 회의가 열렸지만 위원 간 이견으로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끝났다.
하나로는 순수 국내 기술로 설계, 건설된 열출력 30Mw급의 '다목적 연구용 원자로'로, 1995년 첫 임계에 도달해 21년간 가동됐다.
하지만 2014년 7월 전력계통 이상으로 일시 가동 중단에 들어간 뒤 내진 보강공사 부실 의혹 등을 이유로 3년째 운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
대전 원자력시설 안전성 시민검증단은 지난 19일 오후 원자력연구원 회의실에서 하나로의 내진 보강공사 부실 의혹을 점검하기 위한 회의를 했다.
이날 회의는 지난 5월 31일 첫 회의 이후 4개월간 이뤄진 하나로 담당 1분과 위원들의 점검 결과를 보고하고, 재가동에 동의할 것인지를 결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참석 위원들은 2시간 30분 동안 찬반 의견으로 나뉘어 팽팽하게 맞섰지만, 합의점에 도달하지 못해 최종 결정을 미루기로 했다.
이들은 또 하나로 원자로에 대한 내진 보강공사에서는 큰 문제점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보완이 필요하다며 연말까지 안전성 시험을 추가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박인준(한서대 토목공학과 교수) 위원은 "하나로 내진보강 전후 건물의 벽체, 기둥 등을 확인한 결과 양호했고, 지반도 보통암 이상이어서 비교적 안전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박 위원 이어 "원자력연에서 지진과 거의 유사한 상태의 조건을 가정한 가력 실험을 통해 구조물의 안전성을 검증했고, 최근 누설률 검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반면 '하이브러드 트러스'(내진 보강 구조물) 시공 공법의 경우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어 적절성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지진처럼 흔드는 진동대 실험을 통해 추가로 안전성을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만구(미래건설연구원 원장) 위원도 "하나로 내진설계에 구조 계산상 문제가 없다는 데 공감한다"며 "진동대 시험은 부실 설계 때문에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적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송종순(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위원 역시 "추가적인 진동대 실험을 통해 미진한 부분은 보완하면 된다"면서 재가동 쪽에 손을 들어줬다.
건축·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이 대체로 하나로의 내진 설계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재가동 쪽으로 의견이 기우는듯 했지만, 다른 위원들이 강력히 반발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김영희(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소속 변호사) 위원은 "오늘 결정이 날 것 같아 걱정돼 내려왔다"며 "내진 보강공사가 끝났다고 하나로 재가동을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위원은 "하나로에서 나오는 삼중수소가 국내 경수로 한 곳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보다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예산이 얼마나 더 들든 삼중수소를 저감하는 조치가 우선 설치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중수소는 베타선을 붕괴하는 방사성 동위원소로, 12.3년의 반감기를 갖고 있다.
자연계에서는 거의 존재하지 않으며, 주로 원자로 내에서 중성자 반응에 의해 생성되기 때문에 월성원전과 같은 중수를 사용하는 중수로에서 많이 발생한다.
그 자체로 독성이 강한 방사성 핵종은 아니지만, 물이나 수증기 형태(HTO)로 작업장에 분포하게 되면 제거나 회수가 어려워 작업자들 체내 피폭의 원인이 된다.
임동진(대전보건의료단체연대회의 운영위원장) 위원도 "1분과에서 검증된 것은 하나도 없다"며 "하나로에서 나오는 삼중수소를 낮출 수 있도록 안전성부터 확보해야 하며, 그 전엔 재가동이 힘들다고 본다"고 말했다.
안옥례(주민 대표) 위원도 "하나로 가동이 멈춘 상태에서도 다른 원전보다 기초 폐기물 총량이 많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며 "안전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확보한 뒤 재가동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조급한 결정을 경계했다.
하나로 원자로 재가동에 대한 동의 여부를 놓고 양측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결국 시민검증단은 결정을 내리지 않기로 했다.
조원휘(대전시의회 부의장) 위원은 "시민검증단이 하나로 재가동 여부를 결정할 수는 없다"며 "시민이 국가 사무를 책임질 수 없는 만큼 결정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가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시민검증단이 하나로 재가동 결정을 미루면서 지난 4개월 동안 무엇을 했느냐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원안위 역시 하나로 시설에 대해 49개 항목 중 47개 항목에 대한 정기검사를 마쳤지만, 아직 진행 중이라는 이유로 보고서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시민검증단과 원안위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하나로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백원필 원자력연 부원장은 "암 치료에 필요한 의료용 동위원소를 생산하지 못해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대학에서는 중성자를 이용한 기초연구가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백 부원장은 "차세대 수소전기차 연료전지 실증이 지연되는 등 의료·연구·산업 분야에 어려움이 크다"며 "국가 차원의 기초·응용 기술 개발과 국민 의료 복지 차원에서 재가동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jyou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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