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송 당사자가 재판비용 부담해야…인지 수입 줄면 국민 부담 가중"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각종 분쟁 해결을 위해 소송을 제기한 당사자가 그에 따라 재판에 수반되는 일정 비용을 부담하는 인지 제도는 국민의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20일 김모씨가 재판에서 청구하는 금액의 일정 비율을 재판비용인 인지액으로 납부하도록 한 '민사소송 등 인지법'(인지법) 2조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며 낸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3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지법은 각종 소송에서 청구 금액이나 물건 가액(소송 목적의 값)의 일정 비율을 재판비용으로 내도록 한다. 납부 방식은 민사·행정 및 그 밖의 소송 또는 비송사건 절차에서 소장이나 신청서, 조서에 인지(印紙)를 붙이는 인지 부착 형태다. 대법원규칙에 따라 인지를 붙이는 대신 해당 금액을 현금이나 카드로 낼 수도 있다.
1심 재판의 청구 금액이 10억원 이상일 경우 금액의 0.35%에 55만5천원을 더한 금액을 내야 한다. 2심에서는 이 금액의 1.5배를, 대법원 상고심에서는 2배를 재판비용으로 추가 납부해야 한다.
예를 들어 10억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을 낸 경우 1∼3심 재판비용으로 최대 1천824만원을 법원에 내게 된다.
헌재는 "인지액은 소송 제도를 실제로 이용하는 사람에게 그 운영비용을 부담시키기 위한 목적이 있다"며 "불필요한 소송을 억제해 재판 업무의 완성도와 효율을 높이는 차원에서 입법 목적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인지액의 상한을 정하는 등의 제도를 채택할 경우 상당한 규모의 인지 수입 손실이 발생해 국민의 조세부담이 가중된다"고 지적했다.
반면 강일원, 서기석, 이선애 재판관은 "경제력이 취약한 사람은 소송 목적의 값이 큰 소송을 제기하기 어렵고, 고액 소송의 피고가 돼 패소한 경우 상소하기도 어렵다"며 위헌 의견을 냈지만, 위헌 정족수 6명에 미치지 못했다.
김씨는 2011년 국가를 상대로 43억8천50만원을 달라고 소송을 냈다가 2013년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후 김씨는 2015년 12월 패소가 확정된 재판 중 2심 판결을 대상으로 재심을 청구했다.
하지만 법원이 인지액 2천383만원을 내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로 재심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김씨는 헌법소원을 냈다.
hyu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