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총리 국제사회 동참 촉구…FT "아웅산수치 선견지명 결여"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미얀마의 로힝야족 '인종청소'에 대한 국제사회의 분노가 날로 높아지는 가운데 영국 정부가 미얀마 군부에 대한 재정원조를 중단하기로 했다고 영국 BBC방송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로힝야족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매년 미얀마 군부에 지급했던 30만 파운드(약 4억6천만 원)의 재정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이 자금은 애초 미얀마 군부의 교육과정을 지원하는 데 쓰일 예정이었다.
국방부 측은 "현재 진행 중인 폭력사태를 고려할 때 (미얀마에서 벌어지는) 인권침해에 깊은 우려를 갖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이해할만한 해결책이 나올 때까지 미얀마 군부에 교육자금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미국 뉴욕을 방문 중인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도 이날 유엔총회 연설에서 라카인 주(州) 민간인들에 대한 군사행동이 중단될 때까지 미얀마 군부와의 모든 관계를 끊겠다며 이런 계획을 재확인했다.
메이 총리는 "우리는 미얀마 내 로힝야족에게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아웅산 수치와 미얀마 정부는 군사행동이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영국 정부는 사태가 해결될까지 국방부가 미얀마 군부와 맺은 국방계약과 훈련지원을 중단할 것"이라며 국제사회가 이런 제재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했다.
로힝야족과 미얀마 군부 및 불교 근본주의 세력의 해묵은 갈등은 지난달 25일 로힝야족 반군단체인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의 경찰초소 습격으로 다시 불붙었다.
로힝야족을 '벵갈리'(방글라데시 불법이민자)로 부르며 박해해온 미얀마 군부는 테러리스트 소탕을 명목으로 로힝야족 마을 전체를 불태우고, 총격을 가하고, 성폭행을 하는 등 온갖 만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취재진과 국제기구 감시요원들의 접근이 봉쇄돼 진상이 불투명한 가운데 로힝야족 43만여명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피했다.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 인권최고대표(UNOHCHR)는 미얀마 군의 로힝야족 탄압을 '교과서적 인권청소'라고 규정하며 비판하기도 했다.
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사태 발생 후 처음으로 한 국정연설에서 로힝야 사태에 대해 사과하기는커녕 책임 회피에 급급하자 국제사회의 비판이 폭주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수치의 연설과 관련한 논평에서 "그의 연설에는 인간애와 (로힝야족에 대한) 연민이 결여됐다"며 "심지어 로힝야족이라는 단어 언급도 회피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FT는 수치가 미얀마 이슬람교도의 절반 이상은 사태에 영향을 받지 않았다며 "문제만을 보지 말고 문제가 없는 부분도 봐야 한다"고 언급한 것은 백인우월주의 테러를 두고 양비론을 펼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을 되풀이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신문은 "수치가 로힝야족을 자국민으로 보지 않는 미얀마 다수 불교 신자들의 시각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며 "강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지도자라면 최소한 긴장을 완화할 수 있어야 하지만 전 세계는 이번 사태로 수치가 그런 지도자가 아니라는 것을 배웠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