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연합뉴스) 박정헌 기자 = 7천300억원대 규모의 불법 사설 선물거래사이트를 운영해 1천억원이 넘는 부당이득을 취한 일당이 무더기로 경찰에 붙잡혔다.
경남 마산동부경찰서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사이트 운영자 A(43)·B(41)씨 등 12명을 구속하고 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14년부터 3년간 불법 사설 선물거래사이트를 만든 뒤 7천여명의 회원을 모집해 7천300억원 상당 투자금을 받아 약 1천100억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개설한 선물거래사이트는 총 4개로 코스피200과 미국 S&P500 등 선물지수가 연동됐다.
운영사무실은 서울과 경기도 일대 총 3곳에 두었으며 회원들은 인터넷 주식 방송으로 모집했다.
회원들은 이들이 배포한 사설 선물거래용 HTS(Home Trading System)를 설치해 거래했다.
피의자들은 회원들로부터 돈을 입금받으면 1대 1 비율로 사이버 머니를 충전시켜주고 코스피200나 미국 S&P500 등 선물지수의 등락을 예측해 배팅한 결과에 따라 수익금을 지급했다.
이들은 사이트를 운영하며 거래 수수료와 예측이 빗나갔을 시 발생하는 회원들의 손실금을 가져가는 방식으로 총 1천100억원에 달하는 부당이익을 챙겼다.
부당이익 중 상당 부분은 인터넷 주식방송 BJ(1인 방송인) 수익금, 사무실 관리비, 고용한 직원 월급 등으로 썼으며 운영자 A씨를 포함한 사이트 운영진이 챙긴 금액은 약 380억원이었다.
이들은 선물거래를 하려면 거액의 증거금을 예치해야 한다는 점을 이용했다.
현행법상 선물거래를 하기 위해서는 증권사에 계좌당 3천만원의 증거금(예탁금)을 예탁해야 한다.
이들은 소액으로 선물거래를 할 수 있도록 계좌를 대여해준다고 인터넷방송 BJ를 통해서 광고해 회원을 모집했다.
소액으로 선물거래가 가능하다고 생각한 투자자들이 1계좌당 최소 50만원의 돈을 입금하면 불법 사설 선물사이트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피해 금액은 1인당 최소 50만원에서 최대 3억원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이트 운영진들은 사설 선물사이트를 운영하기 위해서 영업팀, 정산팀, 콜센터, 컴플팀(불만 접수 및 상담), 인출팀을 두는 등 치밀하게 범행을 저질렀다.
영업팀은 인터넷방송 BJ 섭외·관리, 콜센터는 회원상담, 정산팀은 직원 월급지급이나 대포통장·대포폰 조달 등 역할을 분담했다.
주범인 A·B씨는 평소 선물거래를 하던 금융 관련 지식을 바탕으로 범행을 계획, 주변 친구나 선·후배를 끌어들여 범행을 꾸민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범행으로 얻은 돈은 가족 명의로 집이나 차를 사거나 예금을 한 것으로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
또 선물거래로 수익을 본 회원들은 '블랙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탈퇴시키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향후 정확한 범행수익 사용처 파악과 HTS 프로그램 제작자 검거, 범행수익 환수 등에 수사력을 집중할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투자금 정산을 전적으로 운영자가 책임지는 방식"이라며 "운영자가 일방적으로 사이트를 폐쇄하거나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고 도망가는 일명 '먹튀'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사설 선물투자 사이트 거래는 피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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