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서 HP·캐논 등 피소…경영진 철창신세 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김수진 기자 = 너무 튼실해서 평생 쓰는 물건을 장사꾼이 만들 리가 없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 인류의 상공업만큼이나 긴 역사를 자랑했을 법한 관행이 심판대에 올랐다.
세계적인 프린터 제조사들이 고의로 제품 수명을 줄였다는 범죄 혐의로 프랑스에서 처벌 위기에 몰렸다고 2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 타임스가 보도했다.
프랑스 시민단체 '계획적 구식화 프로그램 중단(HOP·Halte a l'Obsolescence Programmee)'은 프랑스 시장을 점유한 HP·캐논·엡손·브라더 등 4개사가 이 같은 전략으로 소비자들이 새 기기를 사도록 유도했다며 고발장을 제출했다.
프랑스는 교체 비율을 높이기 위해 고의로 제품 수명을 단축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을 2015년 도입했다. 이후 이 법안 위반 행위에 대해 고발장이 접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만일 이 법을 어겨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경영진은 최대 징역 2년 혹은 30만 유로(약 4억원)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회사는 직전 3년 동안 평균 연 수입의 약 5%에 해당하는 돈을 벌금으로 내야 할 수 있다.
신문은 프랑스가 전 세계에서 이 같은 행위를 법으로 제약하는 유일한 국가로 보인다고 소개했다.
최근에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HOP 변호인은 "프린터기를 사용하는 수백만 명의 프랑스인이 모욕을 당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 단체 설립자 레티티아 바쇠르는 "프린터기나 잉크 카트리지의 짧은 수명에 분개한 수많은 사람이 문제를 제기했다"며 "진정으로 문제가 된다고 생각할만한 합당한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프린터는 스타킹부터 세탁기까지 모든 분야 제품 중 일부 사례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단체는 특히 엡손의 잉크 카트리지를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잉크가 20%나 남아있는데도 작동을 멈추도록 프로그램이 설계돼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또 이 회사의 잉크 패드 역시 비슷한 문제를 지닌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HOP는 "잉크 패드를 교체하거나 수리하는 비용이 새 프린터를 하나 사는 것과 거의 맞먹는다"고 지적했다.
한편, 엡손은 이 문제에 대해 해명을 거부했다. 브라더와 HP도 아직 답변을 하지 않았다. 캐논은 이번 문제와 관련해 당국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타당성을 따져 프린터 제조업체들에 대한 기소 여부를 검토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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