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확 증언록 "1980년 신군부가 대통령 맡아달라 제안"
신현확 전 총리 생전 구술 정리한 '신현확의 증언' 출간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2007년 타계한 신현확 전 국무총리의 생전 육성 구술 내용을 아들 신철식 우호문화재단 이사장(전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이 기록한 책 '신현확의 증언'이 출간됐다.
신 전 총리는 이승만·박정희 시대 경제관료와 장관으로 일했고 1979년 박정희 대통령 사후 6개월간 국무총리로 재직하며 한국 현대사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있었던 인물이다.
신 전 총리가 생전 40시간에 걸쳐 남긴 20개의 녹음테이프를 바탕으로 신 이사장의 경험과 여러 사람의 추가 증언 등을 종합해 정리한 책에는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는 다른 주장들이 들어있다.
책에는 1987년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때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에게 직선제 개헌을 수용해 정국을 돌파할 것을 최초로 제안한 인물이 신 전 총리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또 당시 여소야대 국회가 출범하자 3당 합당의 그림을 그린 인물도 신현확이었다는 주장을 편다.
박정희 대통령이 추진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원안이 1공화국 당시 신현확 부흥부장관 체제에서 이미 마련됐고 12·12부터 '서울의 봄'에 이르는 5개월 동안 '3김'이 가장 견제했던 인물이 전두환이 아닌 신 전 총리였다는 내용도 실려 있다.
1980년 1∼2월 신군부가 노태우를 통해 최규하 대통령을 조기 퇴진시키고 신 전 총리를 과도정부의 새 대통령에 추대하겠다고 제안했으나 거부했다는 내용도 있다. 당시 전두환도 사석에서 신 전 총리에게 대통령직을 맡아줄 것을 제안했고 당시 신 전 총리도 신군부 집권을 막기 위해 대통령 출마를 고민했으나 결국 불출마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신군부는 이 과정에서 10·26 수습 과정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전권을 장악하려는 것을 방조했다는 죄목으로 최규하 대통령을 체포하려 했으나 신 전 총리가 반대했다는 이야기도 들어있다.
신철식 이사장은 신 전 총리 생전에 자서전을 권유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나 신 전 총리가 이를 거부했다고 소개하면서 그러나 죽은 후에 평전을 남기는 것은 허락해 20년 전 구술 작업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버지는 한국 현대사를 관통해 온 역사의 산증인이었다"면서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이 그동안 잘못 알려졌었거나 아직 세상에 드러나지 않은 역사의 진실을 깨달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메디치미디어. 436쪽. 2만6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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