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언론 보도…"미사일 발사 단추 누르지 않았는데 저절로 발사"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사훈련 도중 발생한 헬기 오폭 사고는 기체 무기조종시스템 고장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현지 언론이 20일(현지시간) 전했다.
유력 일간 '코메르산트'는 이날 공군참모부에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훈련 도중 발생한 헬기 오폭 사고 사실을 확인하면서 "국방부와 항공산업 대표 등으로 구성된 특별사고위원회의 조사 결과 무기조종시스템 고장이 원인이 된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사고가 지난 16일 러시아-벨라루스 연합군사훈련 '자파드 2017'(서부 2017)이 실시된 레니그라드주(州) '루쥬스키 훈련장'에서 일어났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장관과 함께 같은 훈련장에서 훈련 상황을 참관하기 이틀 전이다.
소식통은 "여러 대의 카모프(Ka)-52 헬기가 레닌그라드주의 비행장에서 오후 2시께 이륙해 훈련 전투 비행을 하던 도중 오후 2시 47분께 조별 비행에 참가한 2대의 헬기 가운데 1대가 세 번째 공격 자세로 들어가며 무기통제시스템 스위치를 켜자 미사일이 저절로 발사됐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발사 단추를 누르지 않았는데도 발사가 이루어졌다는 설명이었다.
오발된 미사일은 Ka-52 전투 헬기가 무장하고 있는 80mm S-8 공대지 미사일이었다.
당시 헬기는 약 50m 상공에서 시속 200km의 속도로 날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오발 사고로 지상에 있던 훈련 관람객 3명이 부상하고 차량 2대가 손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다른 언론 매체인 '라이프뉴스'도 사고가 16일 루슈스키 훈련장에서 발생했으며 미사일이 기자, 군사전문가, 외국 참관단 등이 모여 있던 곳 근처에서 폭발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헬기 전기 시스템에서 합선이 일어나 미사일이 잘못 발사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소개했다.
또 다른 매체 RBC 통신은 부상자 3명은 민간인이 아니라 군인이라고 전했다.
앞서 전날 사고 소식을 동영상과 함께 처음으로 전한 현지 온라인 뉴스 매체 '66.ru'는 "사고가 17일이나 18일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최소 2대의 자동차가 불타고 2명이 중상을 입어 입원했으며 부상자들은 기자들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보도가 나간 뒤 사고 헬기가 소속된 러시아군 서부군관구 공보실은 성명을 내고 "훈련 도중 군 항공기와 관련한 사고는 없었다"면서 "헬기가 기자들을 동시 다발 폭격했고 많은 중상자가 발생했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의 모든 보도는 고의적 악선전이자 헛소리"라고 반박했었다.
현지 군당국은 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의 정확한 원인 규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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