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사과 여부 놓고 외국과 논란 되풀이…"터키어 특성도 작용"
(이스탄불=연합뉴스) 하채림 특파원 = 미국땅에서 터키 대통령 경호팀이 시위대를 폭행한 사건과 관련, '피해자' 쪽인 미국 대통령이 사과했다고 터키 대통령이 공개했다.
백악관은 부인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19일 밤(미국 동부 현지시간) 방송된 미국 공영 PBS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일주일 전에 전화를 걸어 그 문제에 관해 미안하다고(sorry) 했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가 미국을 방문할 때 이 문제를 챙기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 문제'란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호원 15명이 미국에서 시위대 폭행 혐의로 기소된 일을 가리킨다.
올해 5월 에르도안 대통령 방미 당시 워싱턴의 터키대사관저 밖에서 수행단의 경호원들이 반(反)에르도안 시위대를 폭행했다.
폭행 장면은 당시 취재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겼고, 워싱턴DC 대배심은 경호원과 에르도안 대통령 지지자 등 19명을 폭행과 증오행위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미국 의회는 시위대 폭행을 비난하고 행정부에 적절한 대처를 주문하는 결의를 채택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현장 경찰의 경호대책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며 미국에 화살을 돌렸다.
백악관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인터뷰 내용과 관련, "두 정상은 전화 통화에서 광범위한 주제를 논의했지만 사과(apology)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이날 PBS 인터뷰는 영어로 통역된 채 방송됐기에 실제 에르도안 대통령이 어떤 어휘를 썼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사과 여부나 표현을 놓고 터키가 외국과 신경전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외교 관행은 상호 이견을 드러내거나 과오를 인정하는 데 모호성을 보이곤 한다.
또 사과 표현이 발달하지 않은 터키어 특성도 해석의 논란을 부르는 요인이다.
유감입니다,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 송구합니다와 같이 다양한 층위의 사과 용어가 있는 한국어나 영어와 달리 터키어는 일상적으로 쓰이는 사과 표현이 드물다.
'쿠수라 바크마'(Kusura bakma)라는 표현이 있으나 "내 잘못을 보지 마세요"라는 뜻으로, 심각한 과오를 저질렀을 경우를 제외하고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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