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연구 설계' 묵인희 위원장 "10년뒤 연구강국 초석닦겠다"

입력 2017-09-21 08:38  

'치매연구 설계' 묵인희 위원장 "10년뒤 연구강국 초석닦겠다"

20년간 치매 기초연구…연말까지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 이끌어

"백지수표 받은 느낌…기초-임상 의학 융합연구 시스템 마련할 것"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정부가 치매 연구와 관련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며 12월까지 청사진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마치 백지수표를 받은 기분이다. 10년 뒤인 2027년까지 국내 기초의학자와 임상의학자의 뛰어난 연구실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체계적인 융합 연구 시스템 마련에 중점을 두겠다."

최근 발족한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묵인희 서울의대 생화학교실 교수는 앞으로 3개월 동안 운영할 위원회의 목표를 이같이 밝혔다. 묵 위원장은 약 20년 동안 오로지 치매와 관련한 기초연구에 매진해 온 전문가다.

묵 위원장은 21일 연합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기초의학자·임상의학자 융합 연구 시스템을 바탕으로 국내 치매 연구가 단계별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하는 데 중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묵 위원장에 따르면 컨소시엄 형태를 구축해 산·학·연·정 연계가 잘 되는 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아직 이런 시스템이 부족해 치매 연구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는 "우리나라 의사들의 개인별 연구 업적은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우수한 연구 논문도 꾸준히 발표될 정도로 뛰어나다"며 "안타깝게도 이들을 연계시켜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없는 관계로 개인의 성과가 공동의 성과, 그리고 치매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산물로 탄생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치매는 크게 알츠하이머 치매와 혈관성 치매로 분류되는데 이 중 퇴행성 질환인 알츠하이머 치매는 발생 원인이 불분명한 상태다. 치료법도 없어 치매가 발병하면 증상 완화제로 관리만 할 뿐 회복은 불가능하다.

묵 위원장은 "다국적 제약사들이 엄청난 연구비를 투자했지만, 치료제 개발은 아직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치매가 발병하기 전부터 신경세포 위축·뇌 기능 손상이 시작하는데 이런 부분을 놓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뇌 영상의학 촬영 기술이 발달하면서 치매 연구는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치매가 발병하기 전부터 '베타아밀로이드'란 물질이 뇌에 쌓인다는 사실이 입증되는 등 발병 원인을 찾기 위한 연구들이 조금씩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지금부터 국가 차원에서 치매 정복을 위한 대규모 연구 투자를 한다면 충분히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게 묵 위원장의 주장이다.

특히 2016년 치매 증상 완화 치료제로 쓰이던 약 4종류의 특허가 종료됨에 따라 새로운 신약을 개발한다면 그 부가가치는 엄청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묵 위원장은 "바야흐로 치매 연구의 '춘추전국시대'가 시작됐다고 보면 된다"며 "미국·유럽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기관 연구를 우리라고 못할 이유는 없다. 국내 기초의학자와 임상의학자의 연구협력을 강화하고, 우리나라가 강점을 보이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다면 충분히 전 세계 치매 연구를 선도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가치매연구개발위원회는 ▲ 원인 규명 및 예방분과 ▲ 혁신형 진단분과 ▲ 맞춤형 치료분과 ▲ 체감형 돌봄분과 등 4개 분과위원회로 구성됐다.

묵 위원장은 이들 분과위원회를 중심으로 단기·중기·장기 전략과제를 선정하고, 실질적으로 치매 환자와 보호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실용적인 연구 시스템을 구축할 방침이다.

묵 위원장은 "지금도 치매 치료제 개발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환자와 보호자를 생각하면 이른 시일 내 성과를 내고 싶다"고 말했다.

묵 위원장은 "다만 환자와 보호자에게 헛된 희망을 품게 하는 '조급한 연구성과'를 추진하진 않을 계획이다"며 "국내 치매 연구가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도록 짜임새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위원회가 종료한 후에도 연구가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정부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지원과 협조 바란다"고 밝혔다.


km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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