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한중외교장관회담서 언급…대북제재 '풍선효과' 억제 기대
(서울=연합뉴스) 조준형 기자 =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회담 때 북중간 밀수단속 강화를 공언함에 따라 북핵 해결을 위한 대북 제재·압박 측면에서 주목된다.
21일 외교부에 따르면, 왕 부장은 중국이 중북간 밀수 단속 강화 조치 등을 통해 관련 안보리 결의를 철저하고 전면적으로 이행해 나갈 것임을 확인했다. 북중 교역 중 안보리 결의가 금지하고 있는 품목의 거래가 밀수를 통해 이뤄지는 것을 더 이상 용인하지 않겠다는 약속으로 볼 수 있다.
약 1천400km에 달하는 국경선을 공유하는 북한과 중국 간에 육·해상에서 이뤄지는 밀무역은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의 대표적인 '구멍'으로 여겨졌다. 안보리 결의상 북한이 수출할 수 없는 물자가 밀수업자를 통해 버젓이 중국으로 넘어가고, 북한이 수입할 수 없는 제3국 물자가 중국으로 1차 반입된 뒤 북중 국경에서의 밀무역을 통해 최종적으로 북한에 안착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는 관측이 많았다.
지난 12일 채택된 2375호를 포함한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가 북한의 주요 외화벌이 수단이던 석탄, 철, 철광석, 수산물, 섬유 등의 수출을 차단하면서 북한 대외 무역을 크게 위축시켰지만 북중 밀무역을 막지 못하는 한 효과를 낼 수 없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지적이었다.
북중교역에 정통한 조봉현 IBK경제연구소 부소장은 21일 "북중 밀무역 규모가 대북 제재 이전에는 양국간 정상 교역 규모의 절반 수준인 30억 달러 정도로 추정됐는데, 제재가 단계적으로 강화하면서 지금은 정상 무역보다 더 활성화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말했다.
북중 밀무역은 북한의 돈줄 차단을 어렵게 만든 것에 그치지 않고 북한 핵·미사일 부품의 반입 루트가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북한의 핵개발을 도운 의혹으로 한·미의 제재 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 훙샹(鴻祥)은 최근 수년 동안 단둥 전싱(振興)구의 신도시 랑터우(浪頭)에서 선박을 이용해 북한으로 핵 개발 관련 물자를 몰래 들여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중국 정부는 올들어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역할론'을 강조하며 안보리 결의의 철저 이행을 촉구하는 와중에 대북 밀무역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내외신에 보도된 바 있다.
결국 왕 부장은 한중외교장관회담 자리에서 그런 움직임을 중국 정부의 공식 입장으로 확인하면서 앞으로 전과 다른 대북 밀무역 단속이 이뤄질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책임 있는 당국자가 직접 언급한 것은 의미가 있어 보인다"며 "최근 안보리 결의로 대북 교역이 상당 부분 불법화하면서 앞으로 밀무역은 더 왕성해지는 '풍선효과'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단속 강화 방침은 주목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의 이번 언급은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의 대북 생명줄로 불리는 원유 공급 차단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중국은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해 채택된 안보리 결의 2375호에서 미국과의 밀고 당기기 끝에 대북 정유 제품 수출은 45%가량 줄이되 원유 수출은 '현상유지'를 관철했다. 대북 유류공급 일체를 차단하려 했던 미국과 '절충점'을 찾기 위해서는 중국이 철저한 안보리 결의 이행을 약속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거기엔 결국 결의 이행의 최대 구멍인 북중 밀무역 단속 강화가 핵심이었을 것으로 외교가는 보고 있다.
다만 밀수 단속 강화 역시 상당부분 중국의 의지에 달린 것으로, 국제사회가 모니터링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대북 거래에 종사해온 중국인 업자들의 이해도 걸린 문제여서 실제로 어느 정도로 단속을 강화할지 미지수인 만큼 안보리 차원의 점검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나온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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