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반발로 '유임' 희망 무산, 후임엔 리잔수 유력
"68세 정년" 관례 지키되 지도부 인사에 주도권 유지 택한 듯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최측근인 왕치산(王岐山) 당 중앙기율검사위 서기가 다음 달 제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서기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결정됐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1일 중앙기율검사위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복수의 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왕치산은 또 7명인 당 최고지도부 정치국 상무위원 자리에서도 물러날 가능성이 짙다. 시 주석은 "반부패투쟁"을 진두지휘해온 왕치산을 유임시키려 했으나 당내 저항에 부닥쳐 인사구상이 흐트러진 모양새가 됐다. 아사히는 시 주석이 그동안 권력기반을 착실히 다져 왔으나 왕치산 처우를 놓고 공공연히 드러난 당내 반발을 고려해 앞으로는 정국을 신중하게 운영해야 하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왕치산은 2012년 시진핑 지도부가 출범한 이래 중앙기율검사위 서기로 거물 정치인의 비리를 잇따라 적발하면서 시 주석의 권력 강화를 뒷받침해 왔다. 당내 서열은 6위지만 사실상 시 주석 다음의 실권자로 간주됐다. 이에 따라 그의 거취는 2기 시 주석 지도부의 동향을 점치는 최대 관심사로 꼽혀 왔다.
정치국 상무위원은 "68세 정년"이 관행이다. 69세인 왕치산은 퇴임하는 게 관례에 맞지만 시 주석은 왕이 추진해온 부패추방 캠페인을 통해 서민의 지지를 확보, 당내 권력장악을 추진해온 만큼 왕의 유임을 희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관례를 깨고 왕을 유임시키는데 반감을 가진 당내세력의 반발로 시 주석의 생각대로 인사를 할 수 없게 됐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왕치산의 후임으로는 시 주석의 또 다른 측근으로 꼽히는 리잔수(栗戰書·66) 당 중앙판공청 주임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는 시 주석이 '68세 정년' 관례를 무시하고 왕을 유임시키면서까지 정치적 위험을 무릅쓰는 걸 피하고 대신 상무위원 등 당 지도부 인사에서 주도권을 유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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