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연합뉴스) 김용태 기자 = 폭우로 인한 산사태 발생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급경사지 붕괴 실험'이 21일 국립재난안전연구원에서 시행됐다.
재난안전연구원은 지난해 태풍 '차바'로 산사태가 발생했던 울산시 울주군의 한 붕괴 피해 현장을 '급경사지 최첨단 종합실험동'에서 실제 규모로 재현해 실험했다.
이 종합실험동은 재난안전연구원이 2014년부터 3년간 76억원을 들여 울산시 중구에 구축했으며, 세계 최대 규모의 급경사지 붕괴 모의실험 시설과 인공 강우 재현 장치, 실험 관제실, 지반물성 실험실, 대형 항온항습실 등이 마련돼 있는 곳이다.
재난안전연구원은 실험을 위해 약 400t의 흙으로 높이 16m, 폭 4m, 길이 21m 규모에 40도의 경사를 지닌 급경사지를 종합실험동에 만들었다.
실험은 재현된 급경사지에 인공 강우 장치로 시간당 150㎜의 비가 내리는 상황을 만들어 진행됐다. 이는 지난해 태풍 차바 내습 때와 유사한 강수량이다.
급경사지 중간중간에는 계측기가 4∼5m 간격으로 설치됐다. 계측기는 토양의 변위와 압력, 경사, 지하수의 수위 등을 측정한다.
실험이 시작되자 인공 강우 장치에서 뿜어져 나온 비가 급경사지를 적시며 흙탕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1시간 정도가 지나자 흙이 상당량 아래로 쓸려 내려가면서 표면에는 깊은 균열이 생기는 등 실제 폭우 시 급경사지의 모습이 그대로 재현됐다.
재난안전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실험을 통해 얻어낸 계측 데이터를 분석해 산사태가 일어나는 데 걸리는 시간이나 징후, 붕괴 메커니즘 등을 규명할 수 있다"며 "이는 실제 재난 발생 시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는 소중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난안전연구원은 실험 결과를 현재 개발 중인 '급경사지 재해 예·경보 시스템'과 비교 연구해 한국형 계측 기준의 기초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yongt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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