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탈퇴 등 핵심노선 수정 논의로 내분…필리포 부대표 탈당선언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이 잇따른 선거 패배와 향후 진로를 놓고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
당의 2인자이자 핵심 '브레인'이었던 부대표가 급기야 자신을 발탁한 마린 르펜과 절연하고 탈당을 선언했다.
플로리앙 필리포(35) 국민전선(FN) 부대표는 21일(현지시간) 프랑스2 방송에 출연해 "최근 새로운 프로젝트와 관련해 부정적인 방향으로 상황이 흘러가는 것을 지켜본 끝에 당을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필리포는 지난 5월 대선 결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과 맞붙었다가 패한 르펜의 '오른팔'로 불려온 국민전선의 핵심인사다.
그가 말한 '새로운 프로젝트'란, 대선과 총선의 잇따른 참패로 기존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탈퇴와 프랑화 복귀 등 급진적인 반(反)세계화 노선의 수정을 검토하는 당내 쇄신 작업을 뜻한다.
필리포는 노선 수정 논의에 강하게 반대하며 "유로존 탈퇴와 프랑화 복귀 공약을 폐기하면 탈당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포가 '애국단'이라는 당내 조직을 창설해 세력을 도모한 것은 필리포와 르펜의 사이가 틀어지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르펜은 "이해관계 충돌이 발생한다"면서 필리포에게 조직 해체를 공공연히 압박했으나 필리포는 이런 요구를 거부했고, 르펜은 필리포의 수석전략가 지위를 박탈했다.
프랑스 감사원(IGA) 관료 출신인 필리포는 2009년 르펜을 만나 FN에 몸담은 뒤 2011년 대선 전략책임자에 임명되며 당내에서 승승장구했다. 이후 유럽의회 의원과 국민전선 부대표를 겸임해왔다.
FN의 최고 브레인으로 꼽히는 필리포는 유대인과 동성애 혐오, 인종차별 등으로 악명 높았던 이 당의 '탈악마화'(d?diabolisation) 기획을 주도, 반(反)체제 소수정당에 불과했던 국민전선을 어느 정도 대중정당의 반열에 올려놓은 데 기여한 것으로 평가된다.
필리포의 탈당 발표가 나오자 일부 핵심 당원들도 잇따라 당을 떠나겠다고 선언하는 등 FN의 내분의 골은 더욱 깊어지는 모양새다.
르펜은 필리포의 탈당 선언 직후 LCP 방송에 출연, "당에는 아직 많은 인재들이 있다. 흔들림 없이 당의 재건을 이끌겠다"며 분위기 다잡기에 나섰다.
특히 그는 "유럽연합(EU)은 프랑스인을 가난하게 만드는 도구"라며 "모든 힘을 다해 유럽연합과 싸우겠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반(反) 유럽연합 목소리를 높여온 필리포의 탈당이 자칫 국민전선이 친(親) EU 노선으로 입장을 바꾼 것 아니냐는 추측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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